• 노 힐데브란트

    그림 동화
    푸른 언덕 아래, 예쁜 지붕을 한 작은 집에 농부 아저씨와 아내가 살고 있었어요. 농부 아저씨는 아내를 아주 사랑했지만, 아내는 농부 아저씨보다 마을 목사님을 더 좋아했답니다.

    어느 날, 농부 아저씨가 아내에게 말했어요. "여보, 내가 이모님 댁에 며칠 다녀와야겠소. 잘 지내고 있어요." 하지만 농부 아저씨는 정말 이모님 댁에 간 것이 아니었어요. 살금살금 다락방으로 올라가 숨어서 아내가 무엇을 하는지 지켜보기로 했죠.

    농부 아저씨가 떠난 줄 안 아내는 콧노래를 부르며 목사님을 집으로 초대했어요. "목사님, 어서 오세요! 오늘 맛있는 거 많이 준비했어요. 잘 구운 닭고기, 통통한 소시지, 달콤한 케이크, 그리고 시원한 포도주까지요!"
    목사님과 아내는 식탁에 마주 앉아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며 음식을 먹기 시작했어요.

    신이 난 목사님이 노래를 흥얼거렸어요. "농부가 저 멀리, 아주 멀리 산 너머에 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내도 깔깔 웃으며 노래로 답했어요. "에이, 차라리 농부가 하늘나라로 가 버렸으면 더 좋겠네!"

    바로 그때, 누군가 문을 "똑똑똑!" 두드렸어요. 아내가 문을 열어보니, 수염이 덥수룩한 할아버지 한 분이 지팡이를 짚고 서 있었어요. 사실 그 할아버지는 변장한 농부 아저씨였답니다!
    농부 아저씨는 목소리를 낮게 바꾸어 말했어요. "저는 늙은 힐데브란트라고 합니다. 길을 지나다 당신 남편을 만났지요."
    아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어요. "저희 남편을요? 어디서요?"
    "저 높은 산 고개에서 만났는데, 당신 남편이 몹시 아파 곧 세상을 떠날 것 같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에게 마지막 부탁을 했어요. 부인께 가서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구운 닭고기를 좀 얻어다 달라고요."
    아내는 남편이 아프다는 말에 조금도 슬퍼하지 않고, 오히려 '잘됐다!' 생각하며 얼른 닭고기를 내주었어요.
    힐데브란트 할아버지가 다시 말했어요. "아, 그리고 통통한 소시지도 좀 달라고 하셨고, 달콤한 케이크 한 조각도요. 목이 마를 테니 시원한 포도주 한 병도 잊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아내는 '이제 남편 걱정은 없겠네!'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음식들을 차례차례 내주었어요.

    음식이 하나씩 사라지는 것을 본 목사님은 겁이 덜컥 났어요. '이러다 나까지 들키면 어쩌지?' 목사님은 허둥지둥 찬장 속에 몸을 숨겼어요.

    모든 음식을 다 받은 농부 아저씨는 갑자기 허리를 쫙 펴고 원래 목소리로 크게 외쳤어요. "여보! 내가 바로 당신 남편이오! 그리고 당신이 찬장 속에 숨긴 목사님도 다 봤소!"
    아내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고, 목사님은 찬장 속에서 벌벌 떨고 있었어요.
    농부 아저씨는 빗자루를 들고 외쳤어요. "이런 못된 사람들 같으니라고!"
    그리곤 목사님을 호되게 혼내서 집 밖으로 쫓아냈답니다. 그 후로 아내는 다시는 농부 아저씨를 속이려 하지 않았다고 해요.

    1787 조회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