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감한 꼬마 재단사

    그림 동화
    왱왱! 파리들이 성가시게 윙윙거리던 어느 더운 여름날이었어요. 작은 마을에 살고 있는 재봉사 한 명이 달콤한 잼을 빵에 발라 먹으려는데, 글쎄 파리들이 자꾸만 잼 위로 날아드는 거예요.

    "아이, 귀찮아!" 재봉사는 짜증이 나서 천 조각을 들어 힘껏 내리쳤어요. 휙!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요? 천 조각 아래를 보니 파리가 하나, 둘, 셋... 무려 일곱 마리나 납작해져 있었어요!

    재봉사는 스스로가 대단하게 느껴졌어요. "와! 내가 한 번에 일곱이나 해치웠다고?" 그는 너무 신나서 얼른 허리띠를 하나 만들었어요. 그리고 그 위에 큼지막하게 글씨를 수놓았죠. "일곱을 한 방에!"

    이 멋진 허리띠를 차고 나니, 재봉사는 온 세상에 자기 자랑을 하고 싶어졌어요. "이 정도 실력이면 세상에 나가 큰일을 할 수 있을 거야!" 그는 주머니에 치즈 한 덩이와 작은 새 한 마리를 넣고 씩씩하게 길을 나섰답니다.

    얼마 가지 않아 재봉사는 산에서 아주아주 큰 거인을 만났어요. 거인은 재봉사의 허리띠를 보고 비웃으며 말했어요. "흥! 일곱을 한 방에? 파리나 잡았겠지!"

    재봉사는 전혀 기죽지 않고 말했어요. "파리라고? 천만에! 나처럼 힘센 사람 본 적 없을걸?"

    거인은 코웃음을 치며 돌멩이 하나를 주워 손으로 꽉 쥐었어요. 그러자 돌멩이에서 물이 주르륵 흘러나왔죠. "이 정도는 해야 힘 좀 쓴다고 할 수 있지!"

    재봉사는 속으로 웃으며 주머니에서 치즈를 꺼냈어요. 그리고 힘껏 꾹 쥐었죠. 그러자 치즈에서 하얀 물(유청)이 주르륵 흘러나왔어요. "어때? 이것 보라고!" 거인은 눈이 동그래졌어요.

    거인은 이번엔 커다란 돌멩이를 하늘 높이 던졌어요. 돌멩이는 한참 날아가다 땅에 쿵 떨어졌죠. "자, 너도 해봐!"

    재봉사는 주머니에서 작은 새를 꺼내 하늘로 휙 던졌어요. 새는 신나게 하늘 위로 훨훨 날아가 보이지 않게 되었죠. "내 돌멩이는 너무 높이 날아가서 다시는 돌아오지도 않는다고!" 거인은 입이 떡 벌어졌어요.

    거인은 재봉사가 보통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좋아, 그럼 나와 함께 이 큰 나무를 옮겨보자." 거인은 커다란 나무를 어깨에 메려고 했어요.

    꾀 많은 재봉사가 말했어요. "좋지! 당신이 무거운 나무 밑동을 들어요. 나는 가벼운 나뭇가지 쪽을 들 테니." 거인은 힘겹게 나무 밑동을 들었고, 재봉사는 폴짝 뛰어 나뭇가지 위에 편히 앉아 휘파람을 불며 갔답니다. 거인은 땀을 뻘뻘 흘리며 나무를 옮겼지만, 재봉사가 가지 위에 앉아 있다는 건 전혀 몰랐어요.

    거인은 재봉사를 자신의 동굴로 데려갔어요. 밤이 되자 거인은 재봉사를 해치울 생각으로 커다란 쇠몽둥이를 들고 재봉사가 자는 침대를 힘껏 내리쳤어요. 쾅! 하지만 영리한 재봉사는 침대가 너무 커서 불편하다며 구석에서 잠들었기 때문에 무사했답니다. 다음 날 아침, 재봉사는 아무렇지도 않게 동굴을 나섰고, 거인은 그가 살아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재봉사는 계속 길을 가다가 어느 왕국의 궁궐 앞에 도착했어요. 병사들이 그의 허리띠에 쓰인 "일곱을 한 방에!" 글씨를 보고 임금님께 보고했어요. 임금님은 그 글귀를 보고 재봉사가 엄청난 용사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마침 나라에는 골칫거리가 있었거든요.

    임금님은 재봉사에게 말했어요. "그대의 용기가 대단하군. 만약 우리 숲속에 사는 무시무시한 거인 둘을 물리쳐 준다면, 내 딸인 공주와 결혼시키고 왕국의 절반을 주겠네."

    재봉사는 자신만만하게 대답했죠. "문제없습니다!" 그는 숲으로 가서 거인들이 낮잠 자는 나무 아래로 갔어요. 재봉사는 주머니에서 돌멩이를 꺼내 한 거인에게 휙 던졌어요. 거인은 잠에서 깨어 옆에 있는 거인에게 소리쳤어요. "왜 때리는 거야!" 다른 거인은 "난 안 때렸어!"라고 화를 냈죠. 재봉사는 이번엔 다른 거인에게 돌멩이를 휙 던졌어요. 그러자 두 거인은 서로 자기가 맞았다며 크게 싸우기 시작했어요. 결국 둘은 서로 싸우다가 지쳐 쓰러지고 말았답니다. 재봉사는 임금님께 돌아가 거인들을 물리쳤다고 보고했어요.

    임금님은 놀랐지만, 아직 안심할 수 없었어요. "그럼 이번에는 숲속을 어지럽히는 사나운 외뿔소를 잡아오게."

    재봉사는 다시 숲으로 갔어요. 외뿔소가 그를 보고 뿔을 앞세워 쏜살같이 달려왔어요. 재봉사는 커다란 나무 앞에 딱 서 있다가 외뿔소가 거의 다 왔을 때 잽싸게 나무 뒤로 피했어요. 외뿔소는 피하지 못하고 그만 뿔이 나무에 쾅! 박혀 버렸답니다. 재봉사는 밧줄로 외뿔소를 묶어 궁궐로 끌고 갔어요.

    임금님은 더욱 놀랐지만, 마지막으로 한 가지 임무를 더 주었어요. "마지막으로, 사람들을 괴롭히는 커다란 멧돼지를 잡아오면 약속을 지키겠네."

    재봉사는 숲속에서 멧돼지를 찾아냈어요. 멧돼지가 으르렁거리며 달려오자, 재봉사는 근처에 있는 낡은 예배당 안으로 쏙 도망쳤어요. 멧돼지도 그를 따라 예배당 안으로 뛰어들었죠. 재봉사는 재빨리 예배당 창문으로 뛰어내려 밖으로 나온 다음, 쾅! 하고 예배당 문을 닫아버렸어요. 멧돼지는 예배당 안에 갇히고 말았답니다.

    이제 임금님도 재봉사의 용맹함(?)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어요. 재봉사는 약속대로 아름다운 공주님과 결혼하고 왕국의 절반을 다스리게 되었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밤, 공주님은 재봉사가 잠꼬대로 "이 조끼는 내일까지 끝내야 하는데..." 하고 중얼거리는 것을 들었어요. 공주님은 그가 진짜 용사가 아니라 평범한 재봉사라는 것을 알게 되었죠. 공주님은 아버지인 임금님께 이 사실을 알렸고, 임금님은 밤에 신하들을 보내 재봉사를 몰래 잡아오라고 명령했어요.

    하지만 재봉사는 신하들이 속삭이는 소리를 우연히 엿들었어요. 그는 침대에 누워 자는 척하다가 갑자기 큰 소리로 외쳤어요. "내가 바로 일곱을 한 방에 해치우고, 거인 둘을 물리치고, 외뿔소와 멧돼지까지 잡은 용감한 재봉사다! 그런데 감히 누가 나를 잡으러 온다는 거냐!"

    문 밖에 숨어 있던 신하들은 그 소리를 듣고 너무 무서워서 혼비백산하여 도망가 버렸어요. 그 후로는 아무도 용감한(?) 꾀쟁이 재봉사를 함부로 건드리지 못했답니다. 재봉사는 오랫동안 왕국을 다스리며 행복하게 살았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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