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계의 여왕 헬
북유럽 신화
저 멀리 북쪽 나라, 신들이 살던 아스가르드에는 장난꾸러기 신 로키가 있었어요. 로키에게는 아주 특별한 아이들이 셋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헬이라는 딸이었죠. 헬에게는 무시무시한 늑대 오빠 펜리르와 바다를 휘감을 만큼 커다란 뱀 동생 요르문간드가 있었답니다.
헬의 모습은 조금 독특했어요. 반쪽 얼굴은 아름다운 여신 같았지만, 다른 반쪽은 어딘가 어둡고 차가운 느낌을 주었죠. 마치 밤과 낮이 한 얼굴에 있는 것 같았어요.
신들의 왕 오딘 할아버지는 로키의 아이들이 나중에 큰 문제를 일으킬까 봐 걱정이 많았어요. 그래서 오딘 할아버지는 결정을 내렸죠. "음, 너희들은 각자 다른 곳으로 가야겠다!"
그래서 늑대 펜리르는 아주아주 단단한 사슬에 꽁꽁 묶이고, 커다란 뱀 요르문간드는 깊고 깊은 바닷속으로 풍덩! 보내졌어요.
그럼 헬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오딘 할아버지는 헬에게 아주 깊고 어두컴컴한 지하 세계, '헬헤임'을 다스리라고 했어요. 그곳은 병에 걸리거나 나이가 들어 조용히 세상을 떠난 영혼들이 가는 곳이었죠. 헬은 그곳의 여왕이 되었어요. 헬헤임은 햇빛 한 줌 들지 않는 조금은 쓸쓸한 곳이었지만, 헬은 묵묵히 자신의 왕국을 다스렸답니다. 배고픈 자에게는 '굶주림'이라는 접시를, 아픈 자에게는 '병상'이라는 칼을 주었다고 해요.
어느 날, 아스가르드에 아주 슬픈 일이 생겼어요. 모든 신들에게 사랑받던 빛의 신 발두르가 안타깝게 세상을 떠나고 만 거예요. 모두가 슬픔에 잠겼고, 발두르의 용감한 동생 헤르모드는 말을 타고 쌩쌩 달려 헬헤임으로 갔어요.
"헬 여왕님, 제발 저희 형님 발두르를 돌려보내 주세요!" 헤르모드가 간절히 부탁했어요.
헬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어요. "좋아요. 하지만 조건이 있어요. 세상의 모든 살아있는 것들과 죽은 것들이 발두르를 위해 눈물을 흘린다면, 그를 돌려보내 주겠어요. 단 하나라도 울지 않는 것이 있다면, 발두르는 이곳에 남아야 해요."
신들은 이 소식을 듣고 세상 모든 곳에 알렸어요. 사람도, 동물도, 나무도, 심지어 땅바닥의 돌멩이까지 발두르를 위해 눈물을 주르륵 흘렸죠.
하지만 딱 한 존재, 심술궂은 거인 할머니로 변장한 로키만이 눈물을 흘리지 않았어요. "흥! 나는 발두르를 위해 마른 눈물 한 방울도 흘리지 않을 테다!" 하고 말했죠.
결국, 단 하나의 존재가 울지 않았기 때문에 발두르는 헬헤임에 계속 머물러야 했답니다. 헬은 자신의 규칙을 엄격하게 지키는 여왕이었던 거예요.
그렇게 헬은 지금도 저 깊은 지하 세계 헬헤임의 여왕으로, 자신의 규칙에 따라 그곳을 조용히 다스리고 있대요. 때로는 차갑고 무서워 보일지 몰라도, 사실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질서를 지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거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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