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나무 위의 아이
안데르센 동화
햇살이 반짝이는 아침, 리나라는 이름의 작은 소녀가 있었어요. 리나는 자기 집 뒤뜰에 있는 커다란 포도나무 아래에서 노는 걸 가장 좋아했답니다. 포도나무에는 초록색 잎사귀가 가득했고, 여름이면 탐스러운 포도송이가 주렁주렁 열리곤 했죠.
어느 날, 리나가 포도나무 아래서 폴짝폴짝 뛰며 노래를 부르고 있을 때였어요. 어디선가 아주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죠. "안녕? 여기서 뭐 해?"
리나는 깜짝 놀라 주위를 둘러보았어요. "누구세요?"
그러자 포도알처럼 동그랗고 귀여운 얼굴을 한 작은 아이가 포도잎 사이에서 쏙 나타났어요! 몸집은 리나의 엄지손가락만 했고, 머리에는 작은 포도잎 모자를 쓰고 있었죠.
"나는 포도 요정 포동이야!" 작은 아이가 방긋 웃으며 말했어요. "이 포도나무에서 살고 있지."
리나는 눈이 동그래졌어요. "정말? 포도 요정이라고?"
포동이는 고개를 끄덕였어요. "응! 심심했는데, 나랑 같이 놀래?"
그날부터 리나와 포동이는 가장 친한 친구가 되었어요. 포동이는 리나에게 포도나무의 비밀을 속삭여 주었어요. 포도알이 어떻게 햇살을 쪽쪽 빨아먹고 달콤해지는지, 밤에는 이슬을 마시며 통통해지는지 재미있게 이야기해 주었죠. 리나는 포동이 덕분에 포도나무가 그냥 나무가 아니라, 신비로운 생명이 가득한 곳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포동이는 가끔 리나의 어깨에 올라타 함께 정원을 산책했어요. 리나는 포동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었고, 포동이는 리나에게 포도나무 가지 사이로 부는 바람 소리를 들려주었죠.
어느덧 가을이 되어 포도가 탐스럽게 익었어요. 포동이는 가장 잘 익은 포도알 하나를 리나에게 선물했어요. "이건 특별히 더 달콤한 포도야. 네 덕분에 올해 포도가 아주 맛있게 익었거든!"
리나는 포동이가 준 포도알을 입에 쏙 넣었어요. 정말 꿀처럼 달콤하고 향긋했답니다.
리나와 포도 요정 포동이는 그 후로도 오랫동안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냈어요. 리나는 포도나무를 볼 때마다 포동이와의 즐거운 추억을 떠올리며 미소 지었고, 포도나무는 언제나처럼 달콤한 포도를 선물해 주었답니다. 그리고 어쩌면, 여러분의 집 정원 포도나무에도 작은 포도 요정이 살고 있을지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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