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엘더 고목

    안데르센 동화
    창문 밖에는 하얀 눈이 소복소복 쌓이고 있었어요. 방 안에는 작은 꼬마 친구가 콜록콜록 기침을 하고 있었죠. 꼬마는 감기에 걸려 침대에 누워 있었어요.

    엄마가 따뜻한 차를 가져다주셨어요. "얘야, 이 딱총나무 꽃 차를 마시면 금방 나을 거야."
    차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어요. 꼬마가 차를 한 모금 마시자, 주전자에서 피어오르던 김이 스르르 변하더니, 초록 잎사귀 옷을 입고 머리에는 딱총나무 꽃을 단 할머니가 나타났어요! 바로 딱총나무 할머니였죠.

    "안녕, 꼬마야?" 할머니가 부드럽게 말했어요. "내가 아주 오랜 옛날이야기를 들려줄게."

    아주 먼 옛날, 한 마을에 사이좋은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살았단다. 그들의 작은 집 마당에는 커다란 딱총나무 한 그루가 있었지. 봄이면 하얀 꽃을 눈처럼 활짝 피우고, 여름이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고, 가을이면 까만 열매를 주렁주렁 맺었어.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젊은 시절, 바로 그 딱총나무 아래에서 결혼식을 올렸단다. 시간이 흘러 아이들이 태어나고, 아이들은 딱총나무 아래에서 숨바꼭질도 하고, 소꿉놀이도 하며 자랐지.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나무 그늘에 앉아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며 행복해했어.

    어느덧 세월이 흘러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머리가 하얗게 되었고, 결혼한 지 50년이 되는 금혼식 날이 되었단다. 두 분은 여전히 그 딱총나무 아래에 앉아 옛날을 떠올렸지.
    "여보, 우리가 처음 만난 날도 딱총나무 꽃이 이렇게 예쁘게 피었었지." 할아버지가 말했어요.
    "그랬죠. 우리의 모든 기쁜 날에는 이 딱총나무가 함께 있었어요." 할머니가 대답했어요.

    바로 그때, 딱총나무 가지가 살랑이더니, 딱총나무 할머니가 나타났어.
    "두 분의 아름다운 삶을 제가 쭉 지켜보았답니다."
    딱총나무 할머니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 젊은 시절의 모습, 아이들이 깔깔대며 웃던 모습, 함께 맞이했던 수많은 아침과 저녁의 행복했던 순간들을 마치 꿈처럼 보여주었단다.

    "아, 우리의 삶이 이렇게 아름다운 꿈같았구나!"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서로의 손을 꼭 잡고 미소 지었지.
    그리고 그날 밤, 두 분은 딱총나무 아래에서 가장 평화롭고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함께 조용히 잠이 들었단다. 마치 아름다운 꿈의 다음 이야기를 꾸러 간 것처럼 말이야.

    딱총나무 할머니의 이야기가 끝나자, 꼬마는 스르르 잠이 들었다가 깨어났어.
    신기하게도 몸이 아주 가뿐해졌지! 콜록콜록 기침도 멈추고 열도 내린 것 같았어.
    꼬마는 창밖을 보았어. 마당 구석에 서 있는 딱총나무가 보였지. 어젯밤 꿈인지 생시인지 만났던 딱총나무 할머니가 정말로 저 나무에 살고 있을 것만 같았어.

    꼬마는 생각했어. '딱총나무는 정말 신기한 나무구나! 우리에게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아픈 것도 낫게 해주는 마법의 나무일지도 몰라.'
    꼬마는 창밖의 딱총나무를 보며 활짝 웃었단다. 그리고 엄마가 끓여주신 딱총나무 꽃 차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차라고 생각했지.

    1116 조회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