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데르센 동화
    어느 화창한 봄날, 작은 손 하나가 예쁜 색종이와 가느다란 대나무 살을 가지고 무언가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쓱싹쓱싹, 풀을 바르고 착착 붙이니, 짜잔! 멋진 꼬리를 가진 네모난 연이 되었답니다.

    연은 가슴이 두근거렸어요. "와, 내가 하늘을 날 수 있을까?"
    꼬마는 연에게 알록달록 그림도 그려주고, 하늘하늘 긴 꼬리도 달아주었어요. "넌 정말 멋진 연이야!" 꼬마가 말했어요.

    드디어 바람이 살랑 부는 날, 꼬마는 연을 데리고 넓은 들판으로 나갔어요. "자, 날아봐!" 꼬마가 연줄을 풀자, 연은 바람을 타고 하늘 높이 슝! 하고 날아올랐어요.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세상은 정말 신기했어요. 집들은 작은 상자 같았고, 사람들은 개미처럼 작아 보였죠. 연은 신나서 뱅글뱅글 춤을 추었어요. "나는 하늘의 왕이다!" 연은 조금 으쓱해졌어요.

    훨훨 나는 새들이 연에게 인사를 건넸고, 뭉게뭉게 떠다니는 구름은 연과 숨바꼭질을 했어요. 연은 매일매일 하늘을 나는 게 정말 행복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하늘이 어두컴컴해지더니 거센 바람이 쌩쌩 불어왔어요. "어어, 이게 무슨 일이지?" 연은 깜짝 놀랐어요. 바람은 너무나 강해서 연을 이리저리 마구 흔들었어요. 꼬마는 연줄을 꽉 잡았지만, "탁!" 하는 소리와 함께 그만 연줄이 끊어지고 말았어요.

    "안 돼!" 꼬마의 목소리가 멀어졌어요. 연은 바람에 휩쓸려 어디론가 하염없이 날아갔어요. 너무 무섭고 슬펐답니다. "이제 다시는 꼬마를 볼 수 없겠지?" 눈물이 핑 돌았어요.

    한참을 날아가던 연은 어느 낯선 마을의 지붕 위에 쿵 하고 떨어졌어요. 꼬리는 조금 찢어졌지만, 다행히 크게 다치지는 않았죠. 그때, 창문으로 연을 발견한 다른 꼬마가 폴짝폴짝 뛰어왔어요. "와, 예쁜 연이다!" 그 꼬마는 조심스럽게 연을 고쳐주고, 다시 하늘로 날려주었답니다.

    연은 다시 하늘을 날게 되었어요. 비록 처음 주인은 아니었지만, 새로운 친구와 함께 하늘을 나는 것도 참 즐거웠어요. 연은 깨달았죠. "어디에 있든, 누구와 함께하든, 하늘을 나는 건 정말 멋진 일이야! 그리고 너무 으쓱대면 안 되겠어."

    연은 겸손한 마음으로, 그리고 감사한 마음으로 오늘도 하늘을 훨훨 날아다닌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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