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게으른 하인
그림 동화
세상에서 가장 게으른 사람들이 모여 살았다는 마을이 있었어요. 그중에서도 특별히 더 게으른 열두 명의 일꾼이 있었답니다. 사실 일꾼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만큼, 이들은 일하는 것보다 빈둥거리는 걸 훨씬 더 좋아했어요.
어느 날 오후, 햇살은 따뜻하고 바람은 솔솔 불어왔지만, 열두 명의 게으름뱅이들은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 모여 앉아 있었어요. 물론 일을 하려고 모인 건 아니었어요. 누가 더 게으른지 자랑하기 위해서였죠!
첫 번째 게으름뱅이가 느릿느릿 입을 열었어요. "나는 말이야, 너무 게을러서 길 한가운데 누워 있었는데, 마차가 덜컹거리며 와도 피하기가 싫어서 그냥 마차 바퀴 밑으로 쏙 들어갔다가 반대쪽으로 나왔다니까!"
그러자 두 번째 게으름뱅이가 코웃음을 쳤어요. "흥, 그 정도 가지고! 나는 목마른 말에게 물을 먹이러 갔는데, 고삐를 채우는 것조차 귀찮아서 그냥 '네가 알아서 마셔!' 하고는 돌아와 버렸다고."
세 번째 게으름뱅이는 눈을 반쯤 감은 채로 말했어요. "나는 밥을 먹다가 너무 졸려서 숟가락을 입에 문 채로 잠이 들었지. 한참 뒤에 깨어나 보니 밥알이 입안에서 다 말라붙어 있더라니까."
네 번째 게으름뱅이가 커다란 하품과 함께 말했어요. "나는 길을 가다가 반짝이는 동전을 봤는데, 허리를 굽히는 게 너무 싫어서 그냥 지나쳐 버렸어. 에휴, 허리 아픈 건 딱 질색이야."
다섯 번째 게으름뱅이가 낄낄거리며 말했어요. "나는 신발끈이 풀렸는데, 다시 묶기가 너무 귀찮아서 그냥 가위로 싹둑 잘라 버렸지! 얼마나 편한지 몰라."
여섯 번째 게으름뱅이가 중얼거렸어요. "갑자기 비가 쏟아지는데, 우산을 가지러 움직이기가 싫어서 그냥 비를 쫄딱 맞으면서 계속 누워 있었어. 어차피 마를 텐데 뭐."
일곱 번째 게으름뱅이가 거들었어요. "누가 내 다리 좀 치워달라고 하길래, 다리 드는 것도 귀찮아서 '네가 알아서 폴짝 넘어 가!' 했더니 정말로 넘어 가더라."
여덟 번째 게으름뱅이가 으스대며 말했어요. "친구가 저 앞에 있는 돌멩이에 걸려 넘어질 뻔한 걸 봤는데, '조심해!' 하고 소리 지르는 것도 힘들어서 그냥 가만히 보고만 있었지."
아홉 번째 게으름뱅이가 한숨을 푹 쉬며 말했어요. "빵이 바로 코앞에 있었는데, 손을 뻗어서 집는 것조차 귀찮아서 그냥 쫄쫄 굶었어. 배고픈 것보다 귀찮은 게 더 싫거든."
열 번째 게으름뱅이가 투덜거렸어요. "문이 잠겨 있었는데, 열쇠를 찾아서 구멍에 넣고 돌리는 게 너무나도 하기 싫어서 그냥 문 앞에서 밤새도록 잤지 뭐야."
열한 번째 게으름뱅이가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어요. "주인님이 나를 불렀는데, 대답하는 것도, 일어나는 것도 싫어서 침대 밑에 납작 엎드려 숨어 있었더니, 결국 못 찾고 가시더라."
드디어 마지막, 열두 번째 게으름뱅이가 가장 느릿느릿하게, 거의 들릴 듯 말 듯 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어요. "나는… 나는… 숨 쉬는 것조차… 가끔은… 귀찮아서… 잊어버릴 때가… 있어…" 그러고는 정말로 숨을 크게 한 번 몰아쉬더니 다시 조용해졌어요.
다른 열한 명의 게으름뱅이들은 모두 입을 떡 벌리고 마지막 게으름뱅이를 쳐다보았어요.
"와아… 네가 정말 최고다!" 모두가 진심으로 감탄했답니다.
그렇게 열두 명의 게으름뱅이들은 누가 가장 게으른지 실컷 자랑하고 나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다시 스르르 달콤한 낮잠에 빠져들었어요. 물론, 그날도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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