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농민
그림 동화
어느 마을에 아주 가난하지만 머리가 똑똑한 작은 농부가 살고 있었어요. 농부에겐 귀여운 송아지 한 마리가 전부였죠. 어느 날 농부는 생각했어요. "나무를 해 와야 하는데, 수레가 있으면 좋겠다!" 그래서 뚝딱뚝딱 나무 수레를 만들고 송아지에게 끌게 했어요.
길을 가는데, 나무꾼 아저씨가 나타나 말했어요. "이봐, 농부! 그 송아지 나한테 팔지 그래? 은화 한 닢 줄게."
농부는 고개를 저었어요. "에이, 아저씨. 우리 송아지는 그것보다 훨씬 비싸요!"
화가 난 나무꾼은 그만 송아지를 쿵! 때려 버렸고, 송아지는 쓰러지고 말았어요. 아이고, 불쌍한 송아지!
농부는 너무 슬펐지만, 송아지 가죽이라도 팔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가죽을 벗겨 어깨에 메고 터벅터벅 길을 갔죠. 그때, 날개가 부러진 까마귀 한 마리가 푸드덕거리는 걸 봤어요. "쯧쯧, 불쌍하구나." 농부는 송아지 가죽으로 까마귀를 살짝 감싸 주었어요.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비바람이 쌩쌩! 농부는 급히 근처 방앗간으로 피했어요. 방앗간에는 아줌마 혼자 있었죠. "아주머니, 하룻밤만 묵어갈 수 있을까요?"
"네, 그러세요. 마침 빵이랑 치즈가 좀 있는데 같이 드실래요?"
그때 똑똑!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어요. 아줌마는 깜짝 놀라며 허둥지둥 맛있는 음식들을 숨기기 시작했어요. 와인 병은 침대 밑에, 맛있는 구이는 벽난로 속에, 달콤한 케이크는 찬장에! 그리고는 목사님 한 분을 커다란 옷장 안에 쏙 숨기는 게 아니겠어요?
농부는 빙긋 웃으며 가죽 속에 있는 까마귀에게 작은 소리로 말하는 척했어요. "점쟁이 까마귀야, 이 집에 뭐가 숨겨져 있는지 맞춰보렴." 그러고는 큰 소리로 외쳤죠. "아하! 우리 까마귀가 말하길, 침대 밑에 맛있는 와인이 있대요!"
아줌마는 깜짝 놀랐지만 와인을 꺼내왔어요.
농부는 또 까마귀에게 묻는 척하고 외쳤죠. "이번엔 벽난로 속에 맛있는 구이가 있대요!" "찬장엔 달콤한 케이크가 있고요!"
마지막으로 농부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어요. "그리고... 저기 저 옷장 안에는... 목사님이 숨어 계신다고 하네요!"
마침 방앗간 주인이 돌아왔어요. 아내는 어쩔 줄 몰라 했죠. 농부는 주인에게 말했어요. "제 까마귀는 뭐든지 다 맞추는 신통한 점쟁이랍니다. 이 까마귀(가죽)를 은화 삼백 닢에 사시겠어요?" 방앗간 주인은 눈이 휘둥그레져서 당장 돈을 주고 그 '점쟁이 까마귀 가죽'을 샀어요.
농부는 큰돈을 가지고 마을로 돌아왔어요. 가난했던 농부가 부자가 되어 돌아오자 마을 사람들은 깜짝 놀랐죠. "아니, 자네 어떻게 그렇게 큰돈을 벌었나?"
농부는 씩 웃으며 말했어요. "하하, 송아지 가죽을 팔아서 이렇게 부자가 됐지!"
마을 사람들은 욕심이 생겼어요. "우리도 소를 잡아 가죽을 팔면 부자가 될 수 있겠다!" 그래서 모두 자기 소들을 잡아서 가죽을 벗겼어요. 그리고 농부에게 물었죠. "이보게, 가죽을 어디에다 팔아야 그렇게 비싸게 쳐주나?"
농부는 능글맞게 웃으며 말했어요. "음, 나는 강물에 가죽을 던졌더니, 그게 마법처럼 돈으로 변했지 뭐야!"
순진한 마을 사람들은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자기들의 소가죽을 전부 강물에 휙휙 던져 버렸어요. 하지만 가죽은 그저 둥둥 떠내려갈 뿐, 돈이 되지는 않았답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마을 사람들은 농부를 붙잡아 구멍 뚫린 통 속에 가두고 강물에 던져 버리려고 했어요. 농부가 통 속에서 소리쳤죠. "아이고, 나는 시장님이 되기 싫단 말이야! 누가 나 대신 시장님 안 될래요?"
마침 양 떼를 몰고 가던 양치기가 그 소리를 들었어요. "뭐라고? 통 속에 들어가면 시장님이 된다고?"
농부는 얼른 대답했죠. "그럼요! 어서 저랑 바꾸세요!"
양치기는 신이 나서 농부와 자리를 바꿨고, 농부는 양치기의 양 떼를 전부 갖게 되었어요. 마을 사람들은 통을 강물에 퐁당 빠뜨렸죠.
얼마 후, 농부가 커다란 양 떼를 몰고 마을에 나타나자 사람들은 또 한 번 깜짝 놀랐어요. "아니, 자네는 물에 빠졌을 텐데 어떻게 살아 돌아왔고, 저 양들은 다 어디서 난 건가?"
농부는 태연하게 말했어요. "강바닥에 갔더니 이렇게 예쁜 양들이 아주 많더라고! 그래서 몇 마리 몰고 왔지."
그 말을 들은 욕심쟁이 마을 사람들은 "와! 우리도 양을 가지러 가자!" 하며 너도나도 강물로 첨벙첨벙 뛰어들었어요. 하지만 강바닥에는 양은커녕 아무것도 없었고, 그들은 다시는 돌아오지 못했답니다.
결국, 똑똑한 작은 농부는 마을의 모든 재산을 물려받아 아주아주 큰 부자가 되어 행복하게 살았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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