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벌
그림 동화
햇살이 반짝이는 어느 날, 한 왕국의 두 형 왕자님이 말했어요. "우리도 이제 멋진 모험을 떠나 세상을 구경하자!"
막내 동생 어수룩이도 따라가고 싶었지만, 형들은 "넌 너무 어려서 안 돼!" 하고는 훌쩍 떠나버렸죠.
그런데 형들은 모험은커녕, 신나게 놀기만 하다가 그만 돈을 다 써버리고 길을 잃고 말았어요.
어수룩이는 형들이 걱정되어 형들을 찾아 나섰답니다.
겨우 형들을 만났지만, 형들은 어수룩이를 보고 "네가 여길 왜 왔어?" 하며 놀려댔어요. 그래도 셋은 함께 길을 갔죠.
가다 보니 커다란 개미집이 있었어요. 형들이 말했죠. "저 개미집을 부숴버리자! 개미들이 허둥대는 모습이 재미있을 거야."
어수룩이가 말렸어요. "형님들, 안 돼요! 개미들도 열심히 살고 있잖아요. 괴롭히지 마세요."
형들은 투덜댔지만 어수룩이 말을 따랐어요.
조금 더 가니 호숫가에 오리들이 헤엄치고 있었어요. "저 오리들을 잡아서 구워 먹자!" 형들이 군침을 흘렸죠.
어수룩이가 또 말렸어요. "안 돼요, 형님들! 저 오리들도 평화롭게 살고 있잖아요. 그냥 놔두세요."
숲 속에서는 커다란 나무에 벌집이 매달려 있었어요. "저 벌집에 불을 붙여서 꿀을 다 뺏어 먹자!" 형들이 외쳤어요.
어수룩이가 간절히 부탁했어요. "제발요, 형님들! 불쌍한 벌들을 괴롭히지 마세요. 꿀도 조금만 남겨주면 좋잖아요."
형들은 마지못해 어수룩이 말을 들었죠.
드디어 으리으리한 성에 도착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성 안은 조용했고, 마구간의 말도, 부엌의 강아지도 모두 돌처럼 굳어 있었어요.
성 안 깊숙한 곳에서 작은 할아버지 한 분을 만났어요. 할아버지가 말했죠. "이 성은 마법에 걸렸단다. 마법을 풀려면 세 가지 어려운 일을 해내야 해. 만약 실패하면 너희도 돌로 변할 것이다."
첫 번째 임무는 이끼 속에 흩어진 천 개의 진주를 해가 지기 전에 모으는 것이었어요.
두 형은 진주를 찾으려 했지만, 몇 개 찾지도 못하고 지쳐서 잠이 들었어요. 그러자 형들도 스르르 돌로 변해버렸죠!
혼자 남은 어수룩이는 눈물을 글썽이며 이끼밭에 앉았어요. 그때, 어디선가 개미들이 나타났어요! 바로 어수룩이가 도와줬던 개미들이었죠.
개미들은 부지런히 움직여 순식간에 천 개의 진주를 모두 모아주었어요. 어수룩이는 정말 고마웠죠.
다음 날, 두 번째 임무는 깊은 호수 바닥에 빠진 공주님의 침실 열쇠를 찾아오는 것이었어요.
어수룩이가 호숫가에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을 때, 오리들이 헤엄쳐 왔어요. 어수룩이가 살려준 오리들이었죠!
오리들은 물속으로 첨벙 들어가더니, 반짝이는 열쇠를 물고 와 어수룩이에게 주었어요.
마지막 임무가 가장 어려웠어요. 똑같이 생긴 세 공주님 중에서 가장 어리고 착한 막내 공주님을 찾아내는 것이었죠. 공주님들은 모두 깊은 잠에 빠져 있었어요.
할아버지가 힌트를 주었어요. "막내 공주님은 잠들기 전에 꿀을 한 숟가락 먹었단다."
어수룩이가 고민하고 있을 때, 윙윙 소리와 함께 벌 한 마리가 날아왔어요. 바로 어수룩이가 구해준 벌들의 여왕벌이었죠!
여왕벌은 세 공주님의 입술 위를 차례로 날아다니더니, 한 공주님의 입술에 가만히 앉았어요. "아하! 이 공주님이 꿀을 드셨구나!"
어수룩이가 막내 공주님을 가리키자, 성의 마법이 풀렸어요! 돌로 변했던 사람들과 동물들이 모두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고, 형들도 깨어났죠.
어수룩이는 착한 막내 공주님과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고요, 형들도 다른 두 공주님과 결혼했답니다.
어수룩이는 작은 생명들을 도와준 덕분에 큰 행복을 얻게 된 거예요. 정말 멋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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