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반짝이는 어느 정원에, 예쁜 장미나무 한 그루가 살고 있었어요. 장미나무는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며 매년 탐스러운 꽃을 피우고 향긋한 냄새를 폴폴 풍겼답니다. 사람들은 장미나무를 보며 "와, 정말 예쁘다!" 하고 감탄했죠.

그런데 그 장미나무 바로 아래에는, 아주 느릿느릿 움직이는 달팽이 한 마리가 살고 있었어요. 달팽이는 반짝이는 자기 등껍질을 아주 자랑스러워했어요. 달팽이는 장미나무를 올려다보며 생각했어요. '흥, 저 장미나무는 맨날 꽃만 피우고 시끄럽게 향기나 풍기고. 뭐가 그리 잘났다는 거야? 세상은 나, 달팽이를 위해 있는 거라고!'

어느 날, 장미나무가 달팽이에게 말을 걸었어요. "안녕, 달팽이야? 내 아름다운 꽃 좀 보렴. 나는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기 위해 이렇게 예쁜 꽃을 피운단다."
달팽이는 코웃음을 쳤어요. "쳇, 나는 나 자신을 위해 살아. 내 몸에서 나오는 이 끈적끈적한 점액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아? 그리고 이 멋진 집도 가지고 있지!" 달팽이는 자기 등껍질을 톡톡 두드렸어요.

장미나무는 살짝 속상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아름다운 꽃을 피웠어요. 이슬방울이 장미 꽃잎에 또르르 맺히면 햇살에 반짝였고, 바람이 불면 향긋한 냄새가 정원 가득 퍼져나갔죠.
달팽이는 그런 장미나무가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흥, 나도 세상에 뭔가 보여줄 수 있다고!" 하지만 달팽이가 할 수 있는 건 기껏해야 장미나무 줄기에 끈적한 자국을 남기는 것뿐이었어요.

시간이 흘렀어요. 장미나무는 계속해서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어요. 아이들은 장미꽃을 꺾어 엄마에게 선물하기도 했고, 벌과 나비는 달콤한 꿀을 찾아 날아들었죠.
하지만 달팽이는요? 달팽이는 점점 더 자기 등껍질 속으로 깊이 숨어들었어요. "세상은 나를 위해 존재해야 하는데... 아무도 나를 알아주지 않아." 달팽이는 투덜거리며 껍질 속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어요.

결국, 달팽이는 딱딱한 등껍질 속에서 조용히 사라져 버렸답니다. 아무도 달팽이가 어떻게 되었는지 신경 쓰지 않았어요.
하지만 장미나무는 여전히 그 자리에서 해마다 아름다운 꽃을 피우며 많은 이들에게 기쁨을 주고 있었답니다. 자기 자신만을 생각했던 달팽이는 잊혀졌지만, 다른 이를 위해 아름다움을 나누었던 장미나무는 오랫동안 사랑받았어요.

1232 조회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