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들의 수다

    안데르센 동화
    커다란 집에서 아주 멋진 파티가 열렸어요. 반짝이는 불빛 아래, 어른들은 즐겁게 이야기하고 아이들은 맛있는 간식을 먹으며 놀고 있었죠.

    그중에는 예쁜 드레스를 입은 꼬마 숙녀가 있었어요. 꼬마 숙녀의 아빠는 아주 큰 상점을 가진 부자였답니다. 꼬마 숙녀는 옆에 있던 작은 신사에게 자랑했어요.
    "우리 아빠는 엄청 부자라서, 설탕으로 만든 돼지 인형을 백 개도 넘게 살 수 있단다! 가게에 있는 건 뭐든지 다 살 수 있어!"

    작은 신사는 코웃음을 쳤어요. 작은 신사의 아빠는 높은 관리인 시종관이었거든요.
    "흥! 그게 뭐 대단하다고. 우리 아빠는 시종관이셔. 가슴에는 반짝이는 별도 달고 계시고, 이름 앞에도 '시종관'이라고 쓰고, 이름 뒤에도 '시종관'이라고 쓸 수 있거든! 그건 돈으로 살 수 없는 거야."

    꼬마 숙녀는 눈을 동그랗게 떴어요.
    "와, 이름 앞이랑 뒤에 다 쓴다고? 정말 대단하다!"
    꼬마 숙녀는 돈보다 더 멋진 것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며칠 뒤, 또 다른 파티가 열렸어요. 이번에는 아주 가난해 보이는 꼬마 아이가 어른들 사이를 바쁘게 오가며 음식을 나르고 있었죠.
    꼬마 숙녀는 그 아이가 안쓰러워 보였어요. 문득 작은 신사의 말이 떠올랐죠.
    꼬마 숙녀는 음식을 나르던 아이에게 다가가 작은 소리로 물었어요.
    "얘, 너도 혹시 이름 앞이랑 뒤에 '시종관'이라고 쓸 수 있니?"

    음식을 나르던 아이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꼬마 숙녀를 바라보았어요. 그리고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죠.
    "아니, 나는 그냥 가난한 아이인걸. 그런 건 쓸 수 없어."

    꼬마 숙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어요. 갑자기 마음 한구석이 조금 아파왔답니다. 세상에는 이름 앞뒤에 멋진 말을 쓸 수 없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보다 더 슬픈 일일 수도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꼈기 때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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