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비

    안데르센 동화
    햇살이 반짝이는 아름다운 꽃밭에, 멋쟁이 나비 한 마리가 살고 있었어요. 이 나비는 아주 멋쟁이였지만, 한 가지 고민이 있었어요. 바로 예쁜 아내를 찾는 일이었죠! "나는 세상에서 가장 예쁜 꽃이랑 결혼할 거야!" 나비는 이렇게 다짐하고 신붓감을 찾아 나섰어요.

    제일 먼저 눈에 띈 건 귀여운 데이지 꽃이었어요. "안녕, 데이지 아가씨! 참 예쁘시네요." 하지만 나비는 곧 고개를 저었어요. "음, 너무 어려 보여. 아직 '아가씨'라고 불리잖아. 좀 더 어른스러운 꽃이 좋겠어."

    다음으로 나비는 키가 크고 색깔이 진한 엉겅퀴 꽃에게 날아갔어요. "엉겅퀴님, 정말 늠름하시군요!" 하지만 엉겅퀴 꽃 주변에는 뾰족뾰족한 가시가 너무 많았어요. "아이쿠, 가시에 찔리면 아프겠는걸. 부드러운 꽃이 좋겠어."

    나비는 달콤한 향기가 솔솔 풍기는 인동덩굴 꽃도 만나보았어요. "와, 정말 달콤한 향기네요!" 하지만 인동덩굴 꽃은 자매들이 너무 많았어요. "음, 가족이 너무 많으면 시끄러울 것 같아. 조용한 꽃이 좋겠어."

    이번에는 예쁜 완두콩 꽃을 발견했어요. "완두콩 꽃아, 너 정말 사랑스럽구나!" 나비는 완두콩 꽃이 마음에 들었지만, 가만 보니 완두콩 꽃은 자기 콩깍지 안에서 나오려 하지 않았어요. "쯧쯧, 너무 집순이잖아. 나랑 같이 훨훨 날아다닐 활발한 꽃이 좋은데." 게다가 자세히 보니, 완두콩 꽃은 이미 옆에 있는 튼튼한 콩깍지와 약혼한 것 같았어요.

    나비는 실망하지 않고 계속 날아다녔어요. 그러다 탐스러운 사과꽃을 보았죠. "와! 저 사과꽃은 정말 눈부시게 아름답다!" 나비는 한눈에 반했지만, 곧 시무룩해졌어요. "하지만 사과꽃은 너무 빨리 져버리잖아. 잠깐 예쁘고 마는 건 싫어."

    시간은 자꾸 흘러갔어요. 나비는 이 꽃, 저 꽃 부지런히 찾아다녔지만 마음에 쏙 드는 짝을 찾지 못했어요. 그러는 사이 여름이 지나고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했어요. 예쁜 꽃들은 하나둘씩 시들어가고 있었죠.

    나비는 지쳐서 풀밭에 잠시 앉았어요. 그때 어디선가 향긋한 냄새가 솔솔 풍겨왔어요. "킁킁, 이게 무슨 냄새지? 아, 박하 향기구나!" 박하는 화려한 꽃은 없었지만, 아주 맑고 좋은 향기를 가지고 있었어요.
    나비는 생각했어요. '이제 예쁜 꽃이 아니어도 괜찮아. 이렇게 좋은 향기가 나는 박하라면 함께 있어도 행복할 것 같아.'

    하지만 나비가 박하에게 다가가 말을 걸려고 했을 때, 박하는 이미 꽃을 다 피우고 난 뒤였어요. 더 이상 결혼할 수 있는 꽃이 남아있지 않았던 거예요. 나비는 너무 슬펐어요. "내가 너무 까다롭게 굴었나 봐. 이것저것 너무 많이 따졌어."

    결국 나비는 혼자 쓸쓸히 가을을 보내야 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나비는 나비 채집가의 손에 잡혀 예쁜 상자 안에 들어가게 되었답니다. 상자 안에는 뾰족한 핀이 있었죠. 사람들은 상자 속 나비를 보며 말했어요. "와, 이 나비는 핀이랑 결혼했네!" 하지만 나비는 하나도 기쁘지 않았어요.

    너무 이것저것 따지다 보면, 정말 소중한 것을 놓칠 수도 있다는 것을 나비는 너무 늦게 깨달았답니다.

    1991 조회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