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좋은 어느 아침이었어요. 풀밭에서 아주 잘난 척하는 토끼 한 마리가 폴짝폴짝 뛰어다니고 있었죠. 마침 짧은 다리로 열심히 걸어가는 고슴도치를 보았어요.

토끼는 깔깔 웃으며 말했어요. "어이, 고슴도치! 그 짧은 다리로 어딜 그렇게 열심히 가니? 나랑 달리기 시합하면 넌 나를 그림자도 못 볼걸!"

고슴도치는 기분이 나빴지만, 똑똑한 생각을 해냈어요. "흥! 누가 이길지는 해봐야 알지! 좋아, 시합하자! 저기 저 밭고랑 끝까지 누가 먼저 가나 내기하는 거야!"

토끼는 코웃음을 쳤어요. "하하하! 좋아! 네가 이기면 내가 당근 100개를 줄게!"

고슴도치는 집으로 달려가 아내에게 말했어요. "여보, 내가 저 건방진 토끼랑 달리기 시합을 하게 됐어. 당신 도움이 필요해." 고슴도치와 고슴도치 아내는 정말 똑같이 생겼거든요. 고슴도치는 아내에게 자기 계획을 속삭였어요.

잠시 후, 토끼와 고슴도치는 밭고랑 출발선에 섰어요.
"준비, 땅!"

토끼는 바람처럼 쏜살같이 달려 나갔어요. 고슴도치는 몇 걸음 뛰는 척하다가 슬쩍 밭고랑 옆 풀숲에 숨었어요.

토끼가 숨을 헐떡이며 밭고랑 끝에 거의 다다랐을 때였어요. 갑자기 고슴도치 아내가 밭고랑 끝에서 빼꼼 고개를 내밀며 외쳤어요. "내가 먼저 와 있지롱!"

토끼는 눈이 휘둥그레졌어요. "아니, 이럴 수가! 어떻게 나보다 먼저 온 거야? 말도 안 돼! 다시 해!"

고슴도치 아내는 태연하게 말했어요. "좋아, 다시 하자!"

토끼는 다시 쏜살같이 출발점으로 달려갔어요. 이번에는 진짜 고슴도치가 출발점에서 기다리고 있었죠. 토끼가 도착하자마자 고슴도치가 외쳤어요. "내가 먼저 와 있지롱!"

토끼는 어안이 벙벙했어요. "이럴 리가! 또 다시!"

그렇게 시합은 계속되었어요. 토끼가 밭고랑 이쪽 끝으로 달려가면 고슴도치 아내가 "내가 먼저 와 있지롱!" 하고, 저쪽 끝으로 달려가면 진짜 고슴도치가 "내가 먼저 와 있지롱!" 하고 외쳤답니다.

몇 번을 왕복했는지 몰라요. 결국 토끼는 너무너무 지쳐서 밭고랑 한가운데에 털썩 쓰러지고 말았어요. "헉... 헉... 내가... 졌어..."

꾀 많은 고슴도치와 고슴도치 아내는 빙긋 웃으며 서로를 바라보았답니다. 아무리 빠르다고 뽐내도, 지혜로운 고슴도치를 이길 수는 없었네요.

1469 조회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