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가의 거위치기 소녀
그림 동화
햇살이 따스하게 내리쬐는 어느 날, 젊고 용감한 백작이 사냥을 나섰다가 그만 길을 잃고 말았어요. 한참을 헤매던 백작은 깊은 숲 속에서 작은 오두막 하나를 발견했죠. "계십니까?" 문을 두드리자 머리가 하얀 할머니 한 분이 나왔어요. 할머니는 백작에게 말했어요. "길을 잃었구나. 여기서 사흘만 지내면서 나를 좀 도와주면 길을 알려주지."
백작은 고개를 끄덕였어요. 첫째 날, 할머니는 백작에게 산더미처럼 쌓인 거위 깃털을 보여주며 말했어요. "이 깃털들을 하룻밤 사이에 모두 골라내야 한다." 백작은 한숨을 쉬었지만 열심히 깃털을 골랐어요. 하지만 너무 많아서 밤이 깊어도 끝이 보이지 않았죠. 깜빡 잠이 들었다 깨어보니, 신기하게도 모든 깃털이 깨끗하게 골라져 있었어요!
둘째 날, 할머니는 무딘 도끼 한 자루를 주며 말했어요. "이걸로 저기 있는 나무들을 다 패서 장작을 만들어야 한다." 백작은 땀을 뻘뻘 흘리며 나무를 팼지만, 도끼가 너무 무뎌서 일이 더뎠어요. 그날 밤도 지쳐 잠들었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마당 가득 장작이 쌓여 있었어요!
셋째 날, 할머니는 구멍이 송송 뚫린 양동이를 주며 말했어요. "이 양동이로 우물물을 가득 길어 와야 한다." 백작은 어이가 없었지만, 그래도 열심히 물을 길으려고 애썼어요. 역시나 물은 구멍으로 다 새어 나갔죠. 그날 밤도 실망한 채 잠이 들었는데, 다음 날 아침 양동이에는 맑은 물이 가득 차 있었어요.
사흘이 지나자 할머니는 빙긋 웃으며 작은 상자 하나를 백작에게 주었어요. "아주 아주 힘들고 어려운 일이 생기기 전에는 절대 열어보지 말거라. 그리고 저쪽 길로 쭉 가면 큰 길이 나올 것이다." 백작은 할머니에게 고맙다고 인사하고 길을 떠났어요.
얼마쯤 갔을까, 백작은 또다시 길을 잃고 말았어요. "아, 이제 정말 큰일이다!" 그때 할머니가 준 상자가 생각났어요. '지금이 바로 그 아주 힘든 때가 아닐까?' 백작은 조심스럽게 상자를 열었어요. 그러자 상자 안에서 눈부신 빛과 함께 온갖 보석들이 쏟아져 나왔어요!
백작은 그 보석 덕분에 무사히 한 왕국에 도착했어요. 그런데 왕궁은 슬픔에 잠겨 있었어요. 아름다운 공주님이 가장 아끼는 황금 공을 깊은 우물에 빠뜨렸기 때문이었죠. 백작은 임금님에게 말했어요. "제가 그 공을 찾아드리겠습니다."
백작이 우물가로 가자, 놀랍게도 그곳에 숲 속의 할머니가 서 있었어요! 할머니는 미소 지으며 말했어요. "공을 찾고 싶으면, 공주가 직접 와서 너의 좋은 친구가 되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그리고 여기 이 두꺼비에게 뽀뽀를 해야만 공을 돌려줄 것이다."
백작은 공주에게 이 사실을 알렸어요. 공주는 처음에는 두꺼비에게 뽀뽀하기 싫어했지만, 황금 공을 너무나 찾고 싶어서 결국 우물가로 왔어요. 공주는 떨리는 목소리로 백작에게 친구가 되겠다고 약속하고, 눈을 꼭 감고 두꺼비에게 살짝 뽀뽀를 했어요.
그러자 이게 웬일일까요? 두꺼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황금 공이 우물에서 뿅 하고 솟아올랐어요! 그리고 더 놀라운 일이 벌어졌어요. 할머니가 갑자기 눈부신 빛과 함께 아름다운 여왕으로 변하는 것이 아니겠어요?
여왕은 웃으며 말했어요. "나는 너희들의 마음을 시험해 보았단다. 백작은 친절하고 성실한 마음을 가졌고, 공주는 겸손함을 배웠구나."
결국 백작과 공주는 서로의 좋은 점을 알게 되어 결혼했고, 여왕이 된 할머니의 축복 속에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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