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얀 신부와 검은 신부

    그림 동화
    햇살 좋은 어느 마을에, 마음씨 착한 소녀와 그녀의 새엄마, 그리고 새엄마의 딸이 살고 있었어요. 새엄마는 착한 소녀를 아주 미워했고, 자기 딸만 예뻐했어요.

    어느 날, 하느님께서 새엄마에게 말씀하셨어요. "네 착한 의붓딸을 시켜 한겨울에 딸기를 따오게 하거라. 그리고 내 아들 왕자님의 신부로 보내거라." 새엄마는 착한 딸이 왕자님과 결혼한다는 말에 질투가 났지만, 겉으로는 기뻐하는 척했어요. 새엄마는 속으로 '흥, 그 애가 어떻게 한겨울에 딸기를 따오겠어?' 하며 착한 딸에게 심부름을 시켰죠.

    착한 딸은 눈 덮인 숲으로 갔어요. 아무리 봐도 딸기는 보이지 않았죠. 소녀는 두 손을 모아 하느님께 기도했어요. "하느님, 제발 도와주세요." 그러자 신기하게도 눈이 사르르 녹더니, 그 자리에 빨갛고 예쁜 딸기들이 가득 피어났어요! 소녀는 바구니 가득 딸기를 담아 새엄마에게 가져다주었답니다.

    드디어 왕자님과 결혼하러 왕궁으로 떠나는 날이 되었어요. 착한 딸은 하얀 신부 옷을 곱게 차려입고, 새엄마와 못된 딸과 함께 마차를 탔어요. 마차가 깊은 강을 지나는 다리 위에 이르렀을 때였어요. 새엄마와 못된 딸은 나쁜 마음을 먹고 착한 딸을 강물에 "풍덩!" 밀어버렸어요. 그리고는 못된 딸에게 하얀 신부 옷을 입혀 왕자님께 데려갔죠. 아무것도 모르는 왕자님은 못된 딸을 진짜 신부로 맞이했어요.

    한편, 강물에 빠진 착한 딸은 하느님의 도움으로 하얗고 예쁜 오리로 변했어요. 그날 밤부터, 하얀 오리는 매일 밤 왕궁 부엌 창문으로 날아와 슬프게 노래했어요. 부엌에서 일하는 어린 소년만이 그 오리를 보았죠.

    오리는 소년에게 물었어요. "얘야, 얘야, 우리 오라버니 왕자님은 지금 무얼 하시니?"
    소년이 대답했어요. "왕자님은 새 신부와 함께 즐겁게 이야기하고 계셔."
    오리가 다시 물었어요. "그럼 그 못된 가짜 신부는 지금 무얼 하고 있니?"
    소년이 말했어요. "새 신부님은 지금 따뜻한 침대에서 코 자고 있어."
    오리는 눈물을 글썽이며 "하느님, 불쌍한 저를 기억해주세요..." 하고는 푸드덕 날아갔어요.

    이런 일이 세 번이나 반복되자, 부엌 소년은 이 이상한 오리 이야기를 왕자님께 전부 말씀드렸어요. 왕자님은 깜짝 놀라 말했어요. "오늘 밤 그 오리가 오면 나에게 꼭 알려라!"

    그날 밤, 오리가 어김없이 부엌에 나타나자 소년은 왕자님께 달려갔어요. 왕자님은 칼을 들고 조용히 부엌으로 갔죠. 오리가 슬픈 노래를 부르며 막 날아가려 할 때, 왕자님이 오리에게 다가가 부드럽게 말했어요. "네가 내 진짜 신부라면, 다시 사람으로 돌아오너라." 그러자 신기하게도 오리의 몸에서 환한 빛이 나더니, 눈처럼 하얀 드레스를 입은 아름다운 아가씨로 변했어요! 바로 진짜 신부였죠.

    아가씨는 눈물을 흘리며 그동안 있었던 모든 일을 왕자님께 이야기했어요. 새엄마와 못된 딸이 자기를 강물에 빠뜨리고 신부 자리를 빼앗았다고요. 왕자님은 크게 화가 났어요. 당장 새엄마와 못된 딸을 불러 벌을 내렸어요. 그들은 커다란 통 속에 들어가 데굴데굴 언덕 아래로 굴러가는 벌을 받았답니다.

    그리고 착한 딸, 진짜 신부는 왕자님과 함께 성대한 결혼식을 다시 올리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물론, 하느님께서도 그들을 항상 축복해주셨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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