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명의 하인
그림 동화
아주 먼 옛날, 한 용감한 왕자님이 살고 있었어요. 이 왕자님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지만 마음씨는 조금 심술궂은 공주님과 결혼하고 싶어 했죠. 공주님은 아무나 남편으로 맞이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아주 아주 어려운 문제를 내곤 했답니다.
왕자님은 공주님에게 가기로 마음먹고 길을 나섰어요.
얼마 가지 않아, 어마어마하게 큰 배를 가진 아저씨를 만났어요. "아저씨는 뭘 그렇게 잘하세요?" 왕자님이 묻자, 아저씨는 "나는 세상의 모든 물을 단숨에 다 마실 수 있다네!" 하고 대답했어요. 왕자님은 "저와 함께 가시죠!" 하고 말했어요.
또 길을 가다가, 땅에 귀를 대고 무언가를 열심히 듣고 있는 아저씨를 만났어요. "뭘 그렇게 열심히 듣고 계세요?" "저 멀리 풀잎이 자라는 소리, 개미가 기어가는 소리까지 다 들을 수 있다네." 왕자님은 이 아저씨도 함께 가자고 했죠.
이번에는 하늘에 머리가 닿을 듯 키가 큰 아저씨를 만났어요. "와, 정말 크시네요!" "나는 목을 쭉 빼면 세상 끝에 있는 것도 볼 수 있다네." 키다리 아저씨도 왕자님을 따라나섰어요.
그다음엔 눈가리개를 한 아저씨를 만났어요. "왜 눈을 가리고 계세요?" "내가 무언가를 쳐다보면 그게 산산조각 나 버리거든!" 이 아저씨도 왕자님의 일행이 되었어요.
조금 더 가니, 활활 타오르는 불 옆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는 아저씨가 있었어요. "아니, 이렇게 뜨거운 불 옆에서 왜 떨고 계세요?" "나는 불 속에 있어도 너무 추워서 견딜 수가 없다네." 이 신기한 아저씨도 함께 길을 떠났어요.
마지막으로, 한쪽 다리를 몸에 묶고도 바람처럼 쌩쌩 달리는 아저씨를 만났어요. "다리를 묶었는데도 정말 빠르시네요!" "이 다리를 풀면 번개보다 더 빨리 달릴 수 있지!" 번개처럼 빠른 아저씨도 왕자님과 함께하기로 했어요.
드디어 왕자님과 여섯 명의 특별한 친구들은 공주님의 성에 도착했어요.
공주님은 첫 번째 문제를 냈어요. "넓고 깊은 바다에 빠뜨린 내 금반지를 찾아오너라!"
그러자 배불뚝이 아저씨가 앞으로 나서 바닷물을 꿀꺽꿀꺽 다 마셔버렸어요. 바닷물이 사라지자 바닥이 드러났고, 키다리 아저씨가 목을 쭉 빼서 저 멀리 반짝이는 반지를 발견하고는 긴 팔을 뻗어 가져왔어요.
공주님은 깜짝 놀랐지만 두 번째 문제를 냈어요. "내 성 창고에 있는 산더미 같은 빵과 고기를 다 먹고, 커다란 통에 든 포도주를 다 마셔라!"
이번에도 배불뚝이 아저씨가 나섰어요. "냠냠쩝쩝, 꿀꺽꿀꺽!" 눈 깜짝할 사이에 모든 음식이 사라졌답니다.
공주님은 얼굴이 빨개졌지만, 마지막 문제를 냈어요. "사흘 밤낮 동안 활활 타는 장작더미 위에서 견뎌내거라!"
그러자 불 속에서도 추워하는 아저씨가 나섰어요. "아이, 추워! 아이, 추워!" 하면서 불길 속에서 오들오들 떨며 사흘을 거뜬히 보냈답니다.
모든 문제를 해결하자 공주님은 약속대로 왕자님과 결혼해야 했어요. 하지만 여전히 심술이 난 공주님은 몰래 여섯 하인들을 없애버릴 계획을 세웠죠.
하지만 귀 밝은 아저씨가 공주님의 작은 속삭임까지 다 듣고 말았어요! "여러분, 공주님이 우리를 해치려고 해요!"
그 말을 듣자, 눈빛으로 뭐든지 부수는 아저씨가 눈가리개를 살짝 풀고 공주님이 가장 아끼는 보물 창고를 째려봤어요. 와장창! 하고 요란한 소리와 함께 보물들이 모두 깨져버렸죠.
공주님은 너무나 놀라고 무서워서 더 이상 나쁜 꾀를 부릴 생각을 못 했어요. 결국 왕자님과 결혼했고, 그 뒤로는 조금 더 착한 마음을 갖게 되었답니다. 왕자님과 여섯 명의 멋진 친구들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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