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
그림 동화
어느 왕국에 화가 나면 얼굴이 빨개지는 여왕님이 살았어요. 여왕님에게는 조금은 말썽꾸러기인 예쁜 공주가 하나 있었죠. 어느 날, 공주가 너무 말을 안 듣자 화가 머리끝까지 난 여왕님은 외쳤어요. "차라리 네가 까마귀가 돼서 저 멀리 날아가 버렸으면 좋겠구나!"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요? 여왕님의 말이 끝나자마자 공주가 정말 까만 까마귀로 변해 창문 밖으로 푸드덕 날아가 버렸어요! 까마귀가 된 공주는 어두컴컴한 숲 속 깊은 곳으로 날아갔답니다.
시간이 흘러, 한 용감한 청년이 그 숲을 지나게 되었어요. 어디선가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하는 슬픈 목소리가 들려왔죠. 청년이 소리가 나는 곳으로 가보니, 커다란 나무 위에 까마귀 한 마리가 앉아 있었어요. 까마귀가 말했어요. "저는 사실 마법에 걸린 공주예요. 저를 구해주실 수 있나요?"
청년은 깜짝 놀랐지만, 공주를 돕기로 마음먹었어요. 까마귀는 청년에게 말했어요. "이 숲 속에 사는 한 할머니의 집으로 가세요. 하지만 할머니가 주는 음식이나 음료는 절대 마시면 안 돼요. 그리고 해가 질 무렵, 정원 구석의 짚더미 위에서 저를 기다려 주세요."
청년은 할머니의 집을 찾아갔어요. 할머니는 아주 친절하게 청년을 맞이하며 맛있는 음식과 시원한 음료를 권했어요. 청년은 너무 배고프고 목이 말랐지만, 까마귀의 말을 떠올리며 꾹 참았어요. 하지만 깜빡 잠이 들고 말았죠. 까마귀 공주가 날아와 청년을 흔들었지만, 청년은 깊은 잠에 빠져 깨어나지 못했어요. 까마귀는 슬피 울며 작은 금반지 하나를 청년 곁에 두고 날아갔어요.
다음 날, 청년은 다시 도전했지만 또다시 잠이 들어 버렸어요. 이번에는 까마귀가 작은 황금 물레를 두고 갔죠.
세 번째 날, 청년은 '오늘은 꼭 성공해야지!' 다짐했어요. 할머니는 더 맛있는 음식으로 유혹했지만, 청년은 끝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았어요. 하지만 너무 지친 나머지 또다시 스르르 잠이 들고 말았답니다. 까마귀 공주는 이번에도 청년이 잠든 것을 보고 너무나 슬펐어요. 까마귀는 눈물을 흘리며 마르지 않는 빵 한 조각, 줄지 않는 고기 한 점, 그리고 아무리 마셔도 비지 않는 포도주 한 병을 청년 곁에 두고 쪽지 하나를 남겼어요. 쪽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죠. "저를 정말 구하고 싶다면, 스트롬버그의 황금성으로 오세요."
잠에서 깬 청년은 쪽지를 보고 모든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는 공주를 구하기 위해 스트롬버그의 황금성을 향해 길을 떠났어요. 길을 가던 중, 청년은 배고픈 거인을 만났어요. 거인이 청년을 잡아먹으려 하자, 청년은 까마귀가 준 빵과 고기, 포도주를 나눠 주었어요. 거인은 기뻐하며 청년을 아주 먼 곳까지 데려다 주었죠. 이런 식으로 두 명의 거인을 더 만나 도움을 받았어요.
마침내 청년은 아주 높고 미끄러운 유리 산 앞에 도착했어요. 청년은 포기하지 않고 조심조심 산을 올랐고, 드디어 반짝이는 스트롬버그의 황금성에 도착했답니다! 성 안에서는 공주가 다른 왕자와 결혼식을 올리려 하고 있었어요.
청년은 용기를 내어 공주에게 다가가 까마귀가 주었던 금반지와 황금 물레를 보여주었어요. 그것들을 본 공주는 청년을 바로 알아보았죠! 바로 그 순간, 공주에게 걸렸던 마법이 풀리며 아름다운 모습으로 돌아왔어요.
공주와 청년은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서로를 꼭 껴안았어요. 그리고 두 사람은 결혼해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물론, 다시는 까마귀로 변하는 일은 없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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