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형제
그림 동화
아주 아주 먼 옛날, 커다란 궁궐에 열두 명이나 되는 멋진 왕자님들이 살고 있었어요. 임금님과 왕비님은 곧 태어날 열세 번째 아기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죠.
그런데 임금님은 조금 이상한 생각을 했어요. "음, 만약 이번에 공주가 태어난다면, 열두 왕자들은 멀리 보내야겠어. 그래야 공주가 이 나라의 모든 것을 가질 수 있을 테니 말이야."
이 말을 들은 왕비님은 너무나 슬펐어요. "흑흑, 내 사랑하는 아들들을 어떻게 보낸단 말인가!" 왕비님은 가슴이 아팠지만, 임금님의 명령이라 어쩔 수가 없었죠.
왕비님은 몰래 왕자들을 불렀어요. "얘들아, 아주 중요한 이야기가 있단다. 만약 궁궐 꼭대기에 하얀 깃발이 걸리면 아우가 남자아이라는 뜻이니 괜찮지만, 만약 빨간 깃발이 걸리면 여자아이라는 뜻이니, 너희들은 어서 깊은 숲 속으로 몸을 피해야 한단다."
가장 어린 막내 왕자 벤자민이 말했어요. "어머니, 걱정 마세요. 제가 매일 궁궐 탑에 올라가 깃발을 확인할게요!"
며칠이 지나고, 열두 번째 날이었어요. 벤자민이 탑 꼭대기를 바라보았는데, 아, 슬프게도 빨간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어요!
벤자민은 형들에게 달려가 외쳤어요. "형님들! 빨간 깃발이에요! 어서 떠나야 해요!"
열두 왕자들은 눈물을 글썽이며 서로의 손을 꼭 잡고 깊고 깊은 숲 속으로 들어갔어요. 형들은 무척 화가 났어요. "우리가 여동생 때문에 쫓겨나다니! 앞으로 어떤 여자아이든 만나면 가만두지 않겠다!"
숲 속에서 왕자들은 마법에 걸린 작은 오두막을 발견하고 그곳에서 살게 되었어요. 막내 벤자민은 집안일을 하고, 다른 형들은 사냥을 나갔죠.
한편, 궁궐에서는 예쁜 공주님이 태어나 무럭무럭 자랐어요. 공주님은 마음씨도 곱고 아주 착했답니다. 어느 날, 공주님은 다락방에서 아주 작은 남자아이 옷 열두 벌을 발견했어요. "어? 이건 누구 옷이지? 나한테 오빠들이 있었나?"
공주님은 왕비님께 여쭈어보았고, 왕비님은 눈물을 흘리며 열두 오빠들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해주었어요.
공주님은 오빠들이 너무나 보고 싶었어요. "제가 오빠들을 찾아올게요!" 공주님은 오빠들의 작은 옷들을 챙겨 몰래 궁궐을 빠져나와 숲으로 향했어요.
한참을 걸어 공주님은 마침내 오두막을 발견했어요. 마침 벤자민이 혼자 집에 있었죠. 공주님은 벤자민에게 자신이 여동생임을 밝혔어요. 벤자민은 예쁘고 착한 여동생을 보자 처음의 다짐과 달리 마음이 누그러졌어요.
"누이, 형들은 여자아이를 보면 해치려고 할지도 몰라요. 우선 숨어 계세요."
공주님은 오빠들을 위해 맛있는 저녁을 준비하고 집안을 깨끗하게 치웠어요. 저녁이 되어 형들이 돌아왔을 때, 깨끗한 집과 맛있는 음식 냄새에 깜짝 놀랐어요. "아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벤자민, 네가 다 한 거야?"
벤자민은 웃으며 공주님을 소개했어요. 형들은 처음엔 놀랐지만, 착하고 예쁜 여동생을 보자 미워하는 마음이 눈 녹듯 사라졌어요. 모두 함께 오두막에서 행복하게 지냈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공주님은 오빠들을 기쁘게 해주고 싶어서 오두막 정원에 핀 예쁜 백합 열두 송이를 꺾었어요. 한 송이씩 오빠들에게 선물하려고요.
하지만 아뿔싸! 그 백합은 마법의 꽃이었어요. 공주님이 꽃을 꺾는 순간, 열두 왕자님들이 갑자기 "까악까악!" 소리를 내며 까마귀로 변해 하늘로 푸드덕 날아가 버렸어요!
공주님은 너무 놀라 그 자리에 주저앉아 엉엉 울었어요. 그때, 한 할머니가 나타나 말했어요. "아가씨, 너무 슬퍼 말거라. 오빠들을 다시 사람으로 만들 방법이 있단다. 앞으로 7년 동안 절대로 말을 하지도, 웃지도 않아야 한다. 만약 한 번이라도 어기면 모든 것이 허사가 된단다."
공주님은 오빠들을 구하기 위해 굳게 마음먹고 침묵을 지키기로 했어요.
공주님은 숲 속 나무 위에 올라가 조용히 바느질만 하며 지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이웃 나라의 젊은 임금님이 사냥을 나왔다가 나무 위의 아름다운 공주님을 발견했어요. 임금님은 공주님의 아름다움에 첫눈에 반했지만, 공주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죠.
임금님은 공주님을 궁궐로 데려와 결혼했어요. 공주님은 여전히 말을 하지도, 웃지도 않았지만 임금님은 공주님을 무척 사랑했어요.
하지만 임금님의 어머니인 대비마마는 심술궂은 사람이었어요. "저 애는 뭔가 수상해. 말도 안 하고 웃지도 않고, 분명 나쁜 마법사일 거야!" 대비마마는 공주님을 미워하며 나쁜 소문을 퍼뜨렸어요.
결국 공주님은 억울한 누명을 쓰고 불에 타 죽을 위기에 처했어요.
공주님이 화형대에 묶인 바로 그 순간! 하늘에서 "까악까악!" 요란한 소리가 들리더니, 열두 마리 까마귀가 쏜살같이 날아왔어요. 그리고 땅에 내려앉자마자 멋진 왕자님들로 변하는 것이 아니겠어요! 바로 공주님의 오빠들이었어요. 7년의 시간이 정확히 끝난 것이죠!
오빠들은 즉시 공주님을 구해주었어요. 이제 공주님은 말을 할 수 있게 되었어요! 공주님은 모든 자초지종을 설명했고, 임금님은 오해를 풀고 기뻐했어요.
심술궂은 대비마마는 벌을 받았고, 공주님과 임금님, 그리고 열두 오빠들은 모두 함께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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