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하를 누비는 여섯 장사

    그림 동화
    이 세상 어딘가에, 아주 용감했지만 전쟁이 끝나 일자리를 잃은 군인이 있었어요. 군인은 가진 돈도 별로 없어서 터덜터덜 길을 걷고 있었죠.

    얼마쯤 걸었을까, 군인은 길에서 아주 신기한 친구들을 차례로 만났어요.
    첫 번째로 만난 친구는 나무를 맨손으로 쑥쑥 뽑아내는 엄청난 힘을 가진 힘센 장사였어요. "와, 정말 대단한 힘이네요!" 군인이 말했어요. 힘센 장사는 "나랑 같이 갈래요?" 하고 물었고, 군인은 고개를 끄덕였죠.

    조금 더 가니, 아주 멀리 있는 나뭇가지 위의 파리까지 볼 수 있는 눈 좋은 사냥꾼을 만났어요. 사냥꾼도 군인과 힘센 장사의 모험에 함께하기로 했어요.
    그다음에는 어찌나 빠른지 한쪽 다리를 묶고도 바람처럼 달리는 달리기 선수를 만났죠. 달리기 선수도 신나서 일행에 합류했어요.

    또 길을 가다가, 콧구멍 하나로 풍차 일곱 개를 쌩쌩 돌릴 수 있는 입김 센 사람을 만났어요. "정말 멋진 능력이에요! 우리와 함께 가요!" 군인이 말하자 입김 센 사람도 즐겁게 따라나섰죠.
    얼마 안 가서, 모자를 똑바로 쓰면 괜찮지만 살짝만 기울여도 온 세상을 꽁꽁 얼릴 만큼 무서운 추위를 만들어내는 서리 모자 아저씨를 만났어요. 서리 모자 아저씨도 이들과 함께 길을 떠났어요.
    마지막으로 만난 친구는 목을 쭉 늘이면 세상 끝까지도 볼 수 있는 목 긴 사람이었어요. 이렇게 여섯 명의 특별한 능력을 가진 친구들과 군인은 함께 모험을 떠나기로 했답니다.

    그들은 어느 나라에 도착했는데, 그 나라 공주님은 아주 어려운 문제를 내서 맞히는 사람과 결혼하겠다고 소문이 나 있었어요. 만약 문제를 풀지 못하면 큰 벌을 받는다고 했죠.
    군인은 친구들과 함께 궁궐로 갔어요. "제가 공주님의 문제를 풀겠습니다!"
    공주님은 첫 번째 문제로 말했어요. "붉은 바다에 빠뜨린 내 반지를 찾아오너라."
    그러자 달리기 선수가 나섰어요.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바람처럼 달려가 반지를 찾아왔지만, 돌아오는 길에 너무 지쳐 깜빡 잠이 들었어요. 시간이 흘러도 돌아오지 않자, 눈 좋은 사냥꾼이 멀리 살펴보더니 "저기서 자고 있네요!" 하고는 총을 쏴서 달리기 선수 옆의 나뭇가지를 맞혔어요. 깜짝 놀라 잠에서 깬 달리기 선수는 서둘러 반지를 가져왔답니다.

    공주님은 두 번째 문제를 냈어요. "황소 삼백 마리와 포도주 삼백 통을 하룻밤 사이에 다 먹고 마셔라."
    군인은 웃으며 말했어요. "제 친구 중에 엄청난 먹보가 있답니다!" 그러자 힘센 장사가 나타나 냠냠쩝쩝, 눈 깜짝할 사이에 모든 음식을 다 먹어치웠어요.

    공주님은 마지막으로 아주 뜨거운 방에 그들을 가두고 말했어요. "이 방에서 사흘 밤낮을 견뎌내면 너의 승리다."
    하지만 걱정 없었어요. 서리 모자 아저씨가 모자를 살짝 기울이니, 뜨겁던 방 안이 금세 시원하고 쾌적해졌거든요. 모두들 시원하게 사흘 밤낮을 보냈답니다.

    결국 공주님은 군인에게 항복했어요. 왕은 약속대로 군인에게 많은 보물을 주며 공주와 결혼하라고 했죠.
    하지만 왕은 속으로 보물을 빼앗을 생각을 하고 군대를 보냈어요.
    그때 입김 센 사람이 나섰어요. "훗, 제 콧바람 한 방이면 충분해요!" 그러고는 콧구멍 하나로 "후우우욱!" 하고 바람을 불자, 왕의 군사들은 모두 바람에 날려 멀리멀리 사라져 버렸답니다.

    군인은 공주님과 결혼해서 아주 행복하게 살았고요, 여섯 명의 멋진 친구들과 함께 보물을 나누고 오래오래 즐겁게 지냈답니다. 정말 신기하고 재미있는 친구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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