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똥지빠귀 부리 왕
그림 동화
햇살이 반짝이는 아름다운 왕국에, 거울 보는 것을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공주님이 살고 있었어요. 공주님은 정말 예뻤지만, 마음씨는 그리 곱지 않았답니다. 특히 다른 사람의 단점을 찾아 놀리는 걸 아주 좋아했죠.
공주님과 결혼하고 싶어 많은 왕자님들이 찾아왔지만, 공주님은 모두를 놀려댔어요. 뚱뚱한 왕자님은 "술통 같다!", 키가 큰 왕자님은 "전봇대 같아!", 얼굴이 하얀 왕자님은 "밀가루 반죽 같네!" 하고 말이에요. 그중에서도 턱이 살짝 굽은 한 젊은 왕에게는 "어머나, 저 턱 좀 봐! 꼭 지빠귀 부리 같잖아?" 하며 '지빠귀부리 왕'이라고 불렀어요.
공주님의 아빠인 왕은 딸의 버릇없는 행동에 크게 화가 났어요. "네 이놈! 다시는 사람을 놀리지 못하도록, 문 앞에 처음으로 오는 거지에게 너를 시집보내겠다!"
며칠 뒤, 정말로 허름한 옷을 입은 악사 한 명이 궁궐 문을 두드렸어요. 그는 노래를 부르며 동냥을 하고 있었죠. 왕은 약속대로 공주님을 그 악사와 결혼시켰어요. 공주님은 엉엉 울었지만 소용없었죠.
공주님은 악사를 따라 궁궐을 떠나야 했어요. 그들이 도착한 곳은 아주 작은 오두막집이었죠. 악사는 말했어요. "자, 이제부터 네가 밥도 하고, 청소도 해야 해. 난 네 남편이니까." 공주님은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일이라 너무 힘들었어요. 밥은 태우고, 청소는 엉망이었죠.
악사는 공주님에게 바구니를 짜서 팔아보라고 했지만, 공주님의 손은 너무 부드러워서 갈대가 손을 찔렀어요. 다음에는 질그릇을 만들어 시장에 내다 팔기로 했어요. 그런데 멋진 말을 탄 기사 한 명이 지나가다가 그릇을 다 깨뜨려 버렸어요! 공주님은 또 엉엉 울었죠.
악사는 한숨을 쉬며 말했어요. "아무래도 넌 아무것도 못 하는구나. 근처 성에 주방 하녀 자리가 있다니 거기라도 가보자." 공주님은 성 주방에서 온갖 궂은일을 해야 했어요. 남은 음식 찌꺼기를 몰래 주머니에 넣어 집에 가져가기도 했죠.
어느 날, 성에서 큰 잔치가 열렸어요. 공주님은 문틈으로 화려한 잔치를 엿보았죠. 그때, 성의 왕이 공주님을 발견하고 춤을 추자고 했어요. 공주님은 너무 부끄러웠지만 거절할 수 없었죠.
춤을 추는 동안, 공주님의 주머니에서 숨겨둔 빵 조각과 음식 찌꺼기들이 우르르 떨어졌어요! 모든 사람이 깔깔 웃었죠. 공주님은 창피해서 얼굴이 새빨개졌어요. 그때 왕이 부드럽게 말했어요. "울지 말아요, 공주. 내가 바로 당신이 놀렸던 지빠귀부리 왕이랍니다."
놀랍게도, 그 악사도, 그릇을 깬 기사도, 그리고 지금의 이 왕도 모두 지빠귀부리 왕이 변장한 모습이었어요! "나는 당신의 거만한 마음을 고쳐주고 싶었어요. 이제 당신은 겸손함을 배웠으니, 나와 함께 이 성에서 행복하게 살아요."
공주님은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잘못을 뉘우쳤어요. 그 후, 지빠귀부리 왕과 공주님은 다시 성대한 결혼식을 올리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물론, 공주님은 다시는 아무도 놀리지 않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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