뵈르룸 주교와 그의 기사들
안데르센 동화
덴마크의 북쪽 바닷가, 뵈르글룸이라는 곳에는 아주 오래된 성이 하나 서 있었어요. 그 성에는 뵈르글룸의 주교님과 그의 용감한 기사들이 살고 있었죠. 주교님은 아주 부자였고, 성 안에는 반짝이는 보물과 맛있는 음식이 가득했어요. 주교님은 가끔씩 성 꼭대기에 올라가 넓은 바다를 내려다보곤 했답니다.
어느 거센 폭풍우가 몰아치던 밤이었어요. 커다란 배 한 척이 성난 파도에 휩쓸려 성 근처 바닷가로 떠밀려 왔어요. "쾅! 쏴아아!" 배는 그만 바위에 부딪혀 부서지고 말았죠. 배에 실려 있던 값비싼 물건들이 해변으로 쏟아져 나왔어요. 비단, 향신료, 그리고 반짝이는 금화까지 있었죠!
보통 사람들은 "어머나, 어서 사람들을 구하고 도와줘야 해!" 하고 생각했겠지만, 뵈르글룸의 주교님은 조금 달랐어요. 주교님은 해변으로 달려가 부서진 배에서 나온 물건들을 보며 눈을 반짝였어요. "이것들은 모두 내 것이다!" 주교님은 소리쳤고, 그의 기사들도 주교님을 도와 물건들을 성 안으로 부지런히 옮기기 시작했어요. 살려달라고 외치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지만, 주교님과 기사들은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어요. 오직 눈앞의 보물에만 정신이 팔려 있었거든요.
바로 그때였어요! 갑자기 하늘에서 "콰르르릉!" 하는 무서운 천둥소리가 들리더니, 번개가 번쩍! 하고 성을 내리쳤어요. 주교님과 기사들은 깜짝 놀라 서로를 쳐다보았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어요. 그들의 몸이 마치 돌처럼 딱딱하게 굳어버리기 시작했거든요! 주교님은 손에 쥔 금화를 놓지 못한 채, 기사들은 무거운 짐을 든 채 그대로 멈춰버렸답니다.
어떤 사람들은 주교님과 기사들이 성 안의 커다란 교회에 갇혀버렸다고도 해요. 그들이 모았던 보물들도 성 어딘가에 숨겨져 있다고 하고요.
그 후로 아주 오랜 시간이 흘렀어요. 지금도 덴마크 사람들은 가끔 이야기한답니다. 아주 특별한 밤, 예를 들면 크리스마스 이브 같은 날이 되면, 뵈르글룸의 주교님과 그의 기사들이 다시 살아나 말을 타고 성 주변을 달린다고요. 어쩌면 그들은 자신들이 욕심부렸던 것을 후회하며 용서를 구하고 있는 걸지도 몰라요. 아니면 아직도 숨겨둔 보물을 찾으러 다니는 걸까요? 그건 아무도 모른답니다. 하지만 욕심을 부리고 남을 돕지 않으면 좋지 않은 일이 생긴다는 건 꼭 기억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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