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숲속의 낡은 집

    안데르센 동화
    숲 속 아주 깊은 곳, 커다란 나무들이 하늘을 가릴 만큼 빽빽한 곳에 작은 오두막집이 한 채 있었어요. 그 집에는 마음씨 착한 나무꾼 아저씨와 아내, 그리고 예쁜 세 딸이 살고 있었죠. 하지만 너무 가난해서 하루는 먹을 것이 똑 떨어지고 말았어요.

    나무꾼 아저씨는 한숨을 푹 쉬며 말했어요. "여보, 아무래도 안 되겠소. 숲 속에 혼자 사는 할아버지를 찾아가 도움을 청해야겠소. 우리 딸들 중 하나를 보내봅시다."

    그래서 첫째 딸에게 빵 한 조각과 동전 한 닢을 주며 말했어요. "얘야, 숲 속 할아버지 댁에 가서 이 빵을 드리고 도움을 청하렴. 길을 잃지 않도록 콩을 뿌리면서 가거라."

    첫째 딸은 콩을 한 알씩 떨어뜨리며 숲 속으로 들어갔어요. 얼마쯤 갔을까, 작은 오븐 옆에서 암탉 한 마리가 말했어요. "꼬꼬댁! 아가씨, 제 날개가 너무 차가워요. 오븐 불 좀 쬐게 해주세요!"
    하지만 첫째 딸은 "흥, 귀찮아!" 하고는 그냥 지나쳐 버렸어요.
    조금 더 가니 수탉 한 마리가 울타리 위에서 말했어요. "꼬끼오! 아가씨, 저 좀 내려주세요. 발이 아파요!"
    첫째 딸은 "내가 왜?" 하며 쌩 지나갔죠.
    또 얼마쯤 가니 얼룩소 한 마리가 풀밭에서 말했어요. "음매애! 아가씨, 풀 좀 주세요. 배가 고파요!"
    첫째 딸은 "내 알 바 아니야!" 하고는 휙 가버렸어요.

    드디어 할아버지 집에 도착했어요. 할아버지는 첫째 딸에게 말했어요. "어서 오너라. 내 닭들에게 모이를 주고, 침대를 정리해 주겠니?"
    첫째 딸은 마지못해 닭들에게 모이를 조금 던져주고, 침대 시트도 대충 잡아당겨 정리했어요. 할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딸을 지하실로 데려갔어요. 지하실은 어둡고 퀴퀴했죠.

    다음 날, 둘째 딸이 빵과 동전을 가지고 숲으로 갔어요. 둘째 딸도 암탉과 수탉, 얼룩소를 만났지만 첫째 언니처럼 못되게 굴고 도와주지 않았어요. 할아버지 집에 가서도 건성으로 일을 했고, 결국 언니처럼 지하실에 갇히고 말았답니다.

    사흘째 되는 날, 막내딸이 숲으로 가게 되었어요. 막내딸은 마음씨가 아주 착했어요.
    오븐 옆 암탉이 "날개가 차가워요!" 하자, 막내딸은 "어머나, 가엾어라!" 하며 오븐 가까이 옮겨주었어요.
    울타리 위 수탉이 "내려주세요!" 하자, "네, 잠깐만요!" 하고 조심조심 내려주었죠.
    풀밭의 얼룩소가 "풀 좀 주세요!" 하자, "맛있게 드세요!" 하며 신선한 풀을 한아름 뜯어다 주었어요.

    할아버지 집에 도착한 막내딸은 할아버지의 부탁대로 닭들에게 모이를 듬뿍 주고, 침대 시트를 탁탁 털어 햇볕 냄새가 나도록 깨끗하게 정리했어요. 깃털 이불도 폭신폭신하게 만들었고요.
    할아버지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어요. "참 착하구나. 이제 편히 자거라."
    막내딸은 할아버지가 안내해 준 작은 방에서 스르르 잠이 들었어요.

    다음 날 아침, 막내딸이 눈을 떠보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자기가 누워 있는 곳은 작고 낡은 방이 아니라 반짝반짝 빛나는 멋진 궁궐의 침대 위였어요! 창문 밖으로는 아름다운 정원이 보였고요.
    깜짝 놀라 일어났는데, 어젯밤 그 할아버지가 멋진 왕자님으로 변해 서 있는 거예요!
    왕자님은 활짝 웃으며 말했어요. "아가씨, 당신의 착한 마음씨 덕분에 마법에서 풀려났습니다. 저는 이 나라의 왕자이고, 이 집은 원래 제 궁궐이었어요. 저를 도와준 동물들은 사실 제 신하들이었답니다."
    그러자 암탉과 수탉, 얼룩소도 멋진 옷을 입은 신하들로 변해 나타났어요!

    왕자님은 막내딸에게 청혼했고, 둘은 결혼해서 아주아주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그럼 심술궂었던 두 언니는 어떻게 되었냐고요? 음, 언니들은 마법이 풀리자 지하실에서 나와 부끄러운 얼굴로 집으로 돌아갔대요. 그리고 다시는 욕심부리거나 남에게 못되게 굴지 않기로 마음먹었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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