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낡은 묘비

    안데르센 동화
    햇살이 따스하게 내리쬐는 어느 날, 한적한 마을의 오래된 집 마당 한구석에 낡은 비석 하나가 놓여 있었어요. 이 비석은 원래 공동묘지에 있었지만, 이제는 아무도 찾지 않아 이곳으로 옮겨진 것이랍니다.

    마당에서는 귀여운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놀았어요. 아이들은 그 비석 주위에서 숨바꼭질도 하고, 소꿉놀이도 하며 즐겁게 놀았죠. 비석은 마치 재미있는 놀이터의 일부 같았어요.

    어느 날, 옆집에 사는 마음씨 좋은 할아버지가 아이들에게 다가와 미소를 지으며 말했어요. "얘들아, 저 비석에 얽힌 이야기를 아니?"
    아이들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할아버지를 바라보았어요.

    할아버지는 비석을 가리키며 이야기를 시작했어요. "저 비석은 아주 오래전, 이 마을에 살았던 프레벤 할아버지와 마르타 할머니의 것이란다. 두 분은 정말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부부였지."

    프레벤과 마르타는 평생을 소박하지만 행복하게 살았어요. 그들은 매년 결혼기념일이 되면 마당에 작은 나무를 한 그루씩 심는 특별한 습관이 있었대요. 그래서 그들의 집 마당은 예쁜 나무들로 가득했지요.

    "두 분은 늘 서로에게 친절했고, 이웃들에게도 따뜻한 마음을 나누었단다. 비록 큰 부자는 아니었지만, 마음만은 세상 누구보다 풍족했지." 할아버지가 말을 이었어요.

    시간이 흘러 프레벤과 마르타는 하늘나라로 떠났고, 사람들은 그들을 기리기 위해 이 비석을 세웠어요. 비석에는 복잡한 그림이나 긴 글귀 대신, 두 사람의 이름과 작은 별 하나만이 새겨져 있었죠. 아주 단순했지만, 그들의 삶처럼 진실되고 아름다운 의미를 담고 있었어요.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끝나자, 아이들은 조용히 비석을 바라보았어요. 전에는 그저 차갑고 낡은 돌덩이로만 보였던 비석이 이제는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어요.

    "와, 그럼 이 비석은 그냥 돌이 아니라 할아버지 할머니의 사랑 이야기네요!" 한 아이가 말했어요.
    다른 아이도 고개를 끄덕였죠. "이제부터 이 비석을 더 아껴줘야겠어요."

    그날 이후, 아이들은 비석을 함부로 다루지 않았어요. 비석 옆에 예쁜 들꽃을 가져다 놓기도 하고, 가끔은 할아버지가 들려준 프레벤과 마르타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미소 짓기도 했답니다.

    낡은 비석은 더 이상 버려진 돌이 아니었어요. 그곳에는 따뜻한 사랑과 소중한 추억이 담겨 있었고, 아이들의 마음속에서 아름다운 이야기로 계속 살아 숨 쉬게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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