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깍지 속의 다섯 완두콩
안데르센 동화
햇살이 따스한 어느 날, 초록색 완두콩 꼬투리 안에서 다섯 형제가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었어요. 꼬투리 안은 조금 답답했지만, 다섯 완두콩들은 곧 세상 밖으로 나갈 생각에 두근거렸죠.
"나는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날아갈 거야!" 첫째 완두콩이 씩씩하게 말했어요.
"나는 예쁜 공주님의 정원에 떨어져서 아름다운 꽃을 피울 테다!" 둘째 완두콩도 지지 않고 외쳤죠.
"음, 나는 그냥 어디든 재미있는 곳으로 갔으면 좋겠어." 셋째 완두콩은 빙긋 웃었어요.
넷째 완두콩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고, 가장 작은 다섯째 완두콩은 형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했어요. '나는 어디로 가게 될까?'
며칠 뒤, 꼬투리가 노랗게 익자 탁! 하고 저절로 열렸어요. 다섯 완두콩 형제들은 마치 작은 총알처럼 공중으로 슝! 하고 튕겨 나갔답니다.
첫째 완두콩은 정말 높이 날아올랐지만, 그만 지붕 위 홈통에 떨어져 비둘기에게 꿀꺽 먹히고 말았어요.
둘째와 셋째 완두콩도 바람을 타고 멀리 날아갔지만, 길가에 떨어져 곧 다른 새들의 맛있는 간식이 되었을 거예요.
넷째 완두콩은 어디로 갔을까요? 바로 낡은 아파트 창문 아래, 갈라진 틈새에 끼어버렸어요. 그곳은 어둡고 축축했지만, 흙먼지가 조금 있었죠.
그 창문 안쪽에는 오랫동안 아픈 여자아이가 침대에 누워 있었어요. 여자아이는 매일 창밖만 바라보며 심심해했죠.
어느 날, 여자아이의 엄마가 창문 틈새에 흙을 조금 더 채워주었어요. 완두콩은 그 흙 속에서 조용히 봄을 기다렸답니다.
따뜻한 봄비가 내리고 햇살이 비추자, 완두콩에서 작은 싹이 쏘옥 돋아났어요! 싹은 조금씩 자라 줄기를 뻗고, 예쁜 초록 잎사귀를 펼쳤죠.
창가에 기대앉아 있던 여자아이가 그 작은 싹을 발견했어요. "어머나, 저게 뭐지? 작은 풀인가 봐!"
여자아이는 매일 아침 그 싹이 얼마나 자랐는지 살펴보는 것이 새로운 즐거움이 되었어요.
"엄마, 저것 좀 보세요! 어제보다 더 자랐어요!"
완두콩 싹은 여자아이의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쑥쑥 자랐어요. 그리고 마침내, 예쁜 분홍색 꽃 한 송이를 활짝 피웠답니다!
여자아이는 그 꽃을 보고 환하게 웃었어요. "와아, 정말 예쁘다! 꼭 나를 위해 핀 꽃 같아."
그날부터 여자아이는 신기하게도 조금씩 기운을 차리기 시작했어요. 예쁜 꽃을 보며 희망을 얻은 걸까요?
완두콩은 생각했어요. '아, 내가 이 작은 아이에게 기쁨과 희망을 주었구나. 정말 멋진 일이야!'
비록 아주 작은 완두콩이었지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일을 해낸 것처럼 가슴이 뿌듯했답니다. 그리고 여자아이가 건강해지는 모습을 보며, 완두콩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완두콩이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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