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머니

    안데르센 동화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눈을 가진 할머니가 있었단다. 할머니의 얼굴에는 자글자글 예쁜 주름이 가득했고, 눈처럼 하얀 머리카락은 햇빛을 받으면 은은하게 빛났지. 할머니는 이제 아주 나이가 많으셔서, 침대에 누워 계시는 날이 많아졌어. 하지만 할머니는 조금도 슬프거나 외롭지 않았단다. 오히려 마음이 아주 평화로웠지.

    눈을 가만히 감으면, 할머니의 눈앞에는 신기한 그림들이 펼쳐졌어. 마치 오래된 앨범을 넘기는 것처럼 말이야. 제일 먼저, 푸릇푸릇한 풀밭에서 폴짝폴짝 뛰어놀던 어린 시절의 할머니가 보였어. 예쁜 꽃 목걸이를 만들고, 친구들과 숨바꼭질하며 깔깔 웃던 즐거운 기억들이었지.

    조금 더 시간이 흐르자, 멋진 청년이 된 할아버지를 처음 만났던 날이 떠올랐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춤을 추던 아름다운 밤이었지. 할아버지의 따뜻한 눈빛은 밤하늘의 별보다 더 반짝였단다.

    결혼을 하고, 귀여운 아기들이 태어났을 때의 기쁨도 생생하게 느껴졌어. 아이들이 처음 "엄마"라고 불렀을 때, 작은 손으로 할머니의 손가락을 꼭 잡았을 때, 그 모든 순간들이 소중한 보석처럼 할머니의 마음속에 빛나고 있었지.

    시간이 흘러 사랑하는 할아버지가 먼저 하늘나라로 떠나셨을 때, 할머니는 아주 많이 슬펐어. 하지만 할머니는 할아버지와 함께했던 행복한 시간들을 떠올리며 슬픔을 이겨냈단다. 할아버지는 늘 할머니 마음속에 함께 계셨으니까.

    그때였어. 할머니의 눈앞에 아주 아주 아름답고 따뜻한 두 개의 눈동자가 나타났어. 그 눈은 마치 밤하늘의 가장 밝은 별처럼 반짝였고, 봄 햇살처럼 포근했지. 할머니는 그 눈을 보자 마음이 더욱더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어. 마치 오랫동안 기다려온 아주 특별한 친구를 만난 것 같았지.

    할머니는 살며시 미소를 지었어. "아, 이제 갈 시간이구나." 할머니는 조금도 무섭지 않았어. 오히려 마음이 가볍고 기뻤단다. 할머니는 조용히 눈을 감았고, 얼굴에는 잔잔한 미소가 떠올랐어. 마치 가장 아름다운 꿈을 꾸는 것처럼 말이야.

    다음 날 아침, 사람들은 침대에 누워 계신 할머니를 보았어. 할머니는 마치 깊은 잠에 빠진 것처럼 아주 평화로워 보였단다. 비록 할머니는 하늘나라로 떠나셨지만, 할머니의 따뜻한 마음과 다정한 미소, 그리고 할머니가 들려주셨던 재미있는 이야기들은 사람들 마음속에 오래오래 남아 있었단다. 마치 아름다운 노래처럼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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