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초록색 물건
안데르센 동화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도 아니고, 바로 어제 일도 아니지만, 아무튼 어떤 왕국에 아주 예쁜 공주님이 살고 있었어요. 임금님은 공주님에게 세상에서 가장 놀라운 것을 만들어 오는 사람과 결혼시키겠다고 온 나라에 알렸죠.
"세상에서 가장 놀라운 것이라고?"
사람들은 저마다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어떤 사람은 하늘을 나는 양탄자를 만들었고, 어떤 사람은 스스로 그림을 그리는 붓을 가져왔어요. "와, 신기하다!" 사람들은 감탄했지만, 임금님은 고개를 갸웃했어요. "음, 놀랍긴 한데… 최고는 아닌 것 같구나."
그때, 가난하지만 마음씨 착하고 손재주 좋은 젊은이가 나타났어요. 젊은이는 커다란 천으로 덮인 무언가를 조심스럽게 가지고 왔죠.
"제가 만든 것은 바로 이 시계입니다!"
천을 걷어내자, 눈부시게 아름다운 시계가 나타났어요. 그냥 시계가 아니었어요!
매 시간마다 시계에서는 작은 인형들이 튀어나와 재미있는 이야기를 보여주었어요. 아침에는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와 함께 농부 인형이 밭을 갈고, 점심에는 활기찬 시장 사람 인형들이 물건을 팔았죠. 저녁에는 별들이 반짝이는 밤하늘 아래에서 요정 인형들이 춤을 추었어요. 정말 살아있는 것 같았답니다!
"와아!" 사람들은 모두 입을 다물지 못했어요.
임금님도, 공주님도 눈이 휘둥그레졌죠. "이것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놀라운 것이로다!" 임금님이 외쳤어요.
그런데 바로 그때였어요!
구경꾼들 사이에서 덩치 크고 심술궂게 생긴 남자가 불쑥 튀어나왔어요. 그는 커다란 도끼를 들고 있었죠.
"흥! 이게 뭐가 그렇게 대단하다고!"
남자는 소리치며 도끼를 휘둘러 아름다운 시계를 '쾅!' 하고 내리쳐 산산조각 내버렸어요.
작은 인형들이 사방으로 흩어지고, 시계는 부서져 버렸죠.
사람들은 깜짝 놀라 숨을 죽였어요. 공주님은 너무 슬퍼서 눈물을 글썽였고요.
심술궂은 남자는 부서진 시계를 발로 툭 차며 말했어요. "어때? 이렇게 멋진 걸 부수는 게 더 놀랍지 않나?"
겁이 난 심사위원들은 우물쭈물하더니, "어… 어쩌면 저 파괴하는 힘이 더 놀라운 것일지도…." 하고 말했어요.
공주님은 실망해서 고개를 숙였어요.
하지만 바로 그 순간, 놀라운 일이 일어났어요!
산산조각 났던 시계의 부품들이 스르르륵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마치 마법처럼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합쳐지는 거예요! 부서졌던 인형들도 제자리로 돌아와 생긋 웃었죠.
그리고 시계 속에서 가장 용감한 기사 인형이 튀어나와 심술궂은 남자를 향해 달려들었어요. 다른 인형들도 힘을 합쳐 남자를 혼쭐내주었답니다. "아이쿠! 내가 잘못했어!" 심술궂은 남자는 엉엉 울면서 도망가 버렸어요.
모두가 다시 한번 젊은이의 시계에 감탄했어요.
임금님은 활짝 웃으며 말했어요. "역시 자네의 시계가 세상에서 가장 놀라운 것이었네! 파괴하는 것보다 아름다운 것을 만드는 것이 훨씬 더 위대하다는 것을 보여주었어."
결국, 마음씨 착하고 재주 많은 젊은이는 아름다운 공주님과 결혼해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그리고 그 놀라운 시계는 왕궁에서 가장 소중한 보물로 남아, 매 시간마다 사람들에게 즐거운 이야기를 들려주었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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