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소녀와 굴뚝 청소부
안데르센 동화
햇살 좋은 어느 날, 예쁜 도자기 인형들이 모여 사는 거실이 있었어요. 그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건 양치는 소녀였죠. 작고 귀여운 양 한 마리와 함께 서 있었답니다. 바로 옆에는 까만 옷을 입은 굴뚝 청소부 소년이 사다리를 들고 서 있었어요. 둘은 서로 아주 좋아했어요.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었어요. 테이블 위에는 머리를 까딱까딱하는 중국 할아버지 도자기가 있었는데, 이 할아버지가 양치는 소녀를 저기 높은 찬장 위에 있는 무시무시한 염소 다리 장군님과 결혼시키고 싶어 했죠. 염소 다리 장군님은 나무로 만들어졌고, 이미 아내가 열한 명이나 있었지만요!
중국 할아버지가 염소 다리 장군님의 청혼에 고개를 까딱이자, 양치는 소녀는 너무 무서워서 울먹였어요. "굴뚝 청소부님, 저 좀 도와주세요! 저 무서운 장군님과 결혼하기 싫어요." 굴뚝 청소부는 용감하게 말했어요. "걱정 말아요, 아가씨. 우리 함께 넓은 세상으로 도망가요!"
둘은 조심조심 테이블 다리를 타고 내려왔어요. 바닥에 내려오니 모든 게 거대해 보였죠. "어디로 가야 할까요?" 양치는 소녀가 물었어요. 굴뚝 청소부는 근처 서랍을 가리켰어요. "저 안에 숨어 있다가 밤이 되면 몰래 빠져나가요." 서랍 안에는 카드 병정들과 작은 인형극 무대가 있었어요. 잠시 구경했지만, 마음이 불안해서 오래 머물지는 못했죠.
그때, 찬장 위에서 염소 다리 장군님이 그들을 내려다보는 것 같았어요! "앗, 들켰나 봐요! 어서 도망쳐요!" 둘은 벽난로로 달려갔어요. "이 굴뚝을 통해 세상으로 나가는 거예요!" 굴뚝 청소부가 말했어요.
굴뚝 안은 깜깜하고 험했어요. 양치는 소녀는 조금 무서웠지만 굴뚝 청소부의 손을 꼭 잡고 올라갔죠. 드디어 굴뚝 꼭대기에 도착했어요! 밤하늘에는 별이 총총했고, 아래로는 넓은 세상이 펼쳐져 있었어요. 하지만 양치는 소녀는 너무 넓고 낯선 세상이 무서워졌어요. "흑흑, 난 못 가겠어요. 너무 무서워요. 다시 돌아가요, 네?"
굴뚝 청소부는 소녀를 위로했지만, 소녀는 계속 울기만 했어요. 결국 둘은 다시 굴뚝을 내려오기로 했죠. 조심조심 내려와 거실로 돌아오니, 이게 웬일일까요? 중국 할아버지 도자기가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 나 있었어요! 아마 그들을 쫓아오려다 넘어진 모양이었죠.
집주인 아저씨가 깨진 조각들을 주워 풀로 붙여주었지만, 할아버지의 목은 더 이상 까딱까딱 움직이지 않았어요. 염소 다리 장군님이 결혼 이야기를 꺼내도, 중국 할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일 수 없었죠. 그래서 양치는 소녀는 무서운 장군님과 결혼하지 않아도 되었답니다. 양치는 소녀와 굴뚝 청소부는 예전처럼 테이블 위에서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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