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새

    안데르센 동화
    햇살 좋은 어느 날, 장난감들이 모여 사는 서랍 안에서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어요. 멋쟁이 팽이 하나가 있었는데, 자기는 마호가니 나무로 만들어졌고, 빙글빙글 춤도 아주 잘 춘다고 뽐내곤 했죠. 팽이는 같은 서랍에 사는 예쁜 가죽 공을 남몰래 좋아했어요.

    어느 날, 팽이가 용기를 내어 공에게 다가가 말했어요. "저기, 예쁜 공아! 나랑 같이 춤추지 않을래? 우리는 정말 잘 어울릴 것 같아!"

    하지만 공은 콧방귀를 뀌며 대답했어요. "흥! 나는 너처럼 바닥에서 뱅글뱅글 도는 것보다 하늘을 나는 게 더 좋아. 사실 나는 하늘을 멋지게 나는 제비랑 약혼한 사이나 마찬가지라고!" 공은 자기가 코르크로 만들어졌고, 아주 부드러운 가죽 옷을 입었다며 으스댔어요.

    팽이는 너무 슬펐지만 아무 말도 못 했어요. 그 후로도 공은 팽이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죠.

    그러던 어느 날, 아이가 공을 가지고 놀다가 너무 높이 던지는 바람에 공은 지붕 위로 슝! 날아가 버렸어요. 아무도 공을 찾지 못했고, 공은 그렇게 사라졌답니다. 팽이는 공이 없어져서 마음이 아팠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시간이 아주 많이 흘렀어요. 팽이는 이제 낡았지만, 주인 아이가 팽이를 아껴서 반짝반짝 빛나는 금색 페인트를 칠해주었어요. 팽이는 황금 팽이가 되어 더욱 멋져 보였죠.

    어느 날, 황금 팽이가 신나게 돌다가 그만 데구루루 굴러서 먼지투성이 쓰레기통 속으로 빠지고 말았어요. "아이쿠, 이게 무슨 일이야!" 팽이가 주위를 둘러보는데, 저쪽 구석에 아주 낡고 때가 꼬질꼬질한 물건 하나가 보였어요.

    가까이 다가가 보니, 그건 바로 옛날의 그 예쁜 가죽 공이었어요! 하지만 너무 오랫동안 비바람을 맞고 햇볕에 바래서 원래 모습을 거의 알아볼 수 없었죠.

    팽이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어요. "혹시... 너는...?"
    공은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했어요. "나는 오랫동안 지붕 홈통에 있다가 여기까지 굴러왔어. 물에 흠뻑 젖어서 이제는 뛸 수도 없게 되었지." 공은 눈앞의 반짝이는 황금 팽이가 옛날의 그 나무 팽이인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바로 그때, 하녀가 쓰레기통을 비우러 왔어요. 하녀는 쓰레기통 속에서 반짝이는 황금 팽이를 발견하고는 소리쳤죠. "어머나, 이렇게 멋진 황금 팽이가 왜 여기에 있지?" 하녀는 황금 팽이를 조심스럽게 집어 들었어요. 하지만 낡고 더러워진 공은 다른 쓰레기들과 함께 버려지고 말았답니다.

    황금 팽이는 다시는 그 공을 볼 수 없었어요. 하지만 팽이는 멋진 황금 옷을 입고 빙글빙글 춤을 출 때마다, 아주 오래전 자신을 알아보지 못했던 그 가엾은 공을 생각했답니다. 그리고 아무도 팽이의 첫사랑 이야기를 알지 못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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