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음 아가씨

    안데르센 동화
    높고 높은 알프스 산꼭대기, 하얀 눈이 반짝이는 곳에 아주 특별한 이야기가 숨어 있답니다. 그곳에는 용감한 청년 루디가 살고 있었어요. 루디는 날쌘 다람쥐처럼 산을 잘 탔고, 그의 옆에는 항상 재롱둥이 고양이 친구가 함께했죠.

    루디의 마음속에는 예쁜 방앗간 집 딸, 바베트가 살고 있었어요. 바베트의 미소는 햇살처럼 따뜻했고, 루디는 바베트를 볼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렸답니다. "바베트, 너를 위해서라면 저 하늘의 별도 따다 줄 수 있어!" 루디는 진심으로 말했어요.

    하지만 알프스 산에는 차가운 아름다움을 지닌 얼음 아가씨도 살고 있었어요. 얼음 아가씨는 반짝이는 얼음 궁전에 살면서, 가끔씩 산 아래를 내려다보곤 했죠. 얼음 아가씨는 용감한 루디를 오래전부터 지켜보고 있었어요. 루디가 아주 어렸을 때, 그의 어머니는 안타깝게도 깊은 얼음 틈새로 떨어졌는데, 그때 얼음 아가씨가 살짝 입을 맞추었다고 해요. 루디도 어릴 적 얼음 틈새에 빠졌을 때 얼음 아가씨의 차가운 입맞춤을 느꼈지만, 용감하게 살아남았답니다.

    어느 날, 바베트가 루디에게 말했어요. "루디, 저 높은 절벽 위에 있는 아기 독수리 둥지를 본 적 있나요? 그 아기 독수리들이 보고 싶어요."
    루디는 바베트를 기쁘게 해주고 싶어서 위험한 절벽을 오르기 시작했어요. 아슬아슬한 바위를 잡고 올라갈 때, 어디선가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루디, 이리 와. 나와 함께 영원히 살자." 바로 얼음 아가씨였죠. 하지만 루디는 바베트를 생각하며 힘껏 고개를 저었어요. "아니, 난 바베트에게 돌아갈 거야!" 루디는 마침내 아기 독수리들을 바베트에게 보여줄 수 있었고, 둘은 더욱더 사랑하게 되었답니다.

    드디어 루디와 바베트가 결혼을 약속한 날이 다가왔어요. 결혼식을 올리기 전, 둘은 바베트의 대모님을 만나러 아름다운 호수가 있는 마을로 여행을 떠났어요. 작은 배를 타고 호수를 건너는데,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거센 바람과 함께 폭풍우가 몰아쳤어요. 파도가 배를 심하게 흔들었고, 그만 바베트가 아끼던 반지가 호수 속으로 퐁당 빠져 버렸어요!

    "내 반지!" 바베트가 슬픈 목소리로 외쳤어요.
    루디는 한순간도 망설이지 않았어요. "걱정 마, 바베트! 내가 찾아올게!" 루디는 용감하게 차가운 호수 속으로 뛰어들었어요. 하지만 물속은 너무나 차갑고 어두웠어요. 그리고 그곳에는 얼음 아가씨가 루디를 기다리고 있었죠. 얼음 아가씨는 슬픈 미소를 지으며 루디에게 다가가 살짝 입을 맞추었어요. 루디는 더 이상 움직일 수 없게 되었고, 얼음 아가씨는 그를 데리고 깊은 물속으로 사라졌답니다.

    바닷가에서 바베트는 루디를 기다리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어요. 루디는 돌아오지 않았죠. 사람들은 루디가 이제 알프스 산의 가장 높은 곳, 얼음 궁전에서 얼음 아가씨와 함께 영원히 살게 되었다고 이야기했어요.

    비록 루디는 얼음 아가씨에게 갔지만, 바베트를 향한 그의 용감한 사랑 이야기는 알프스 산의 메아리처럼 오래오래 사람들의 마음속에 남아 전해졌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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