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삿날
안데르센 동화
지붕 밑 다락방에는 아주 특별한 할머니가 살고 있었어요. 사람들은 할머니를 잘 몰랐지만, 할머니는 그 집을 아주아주 사랑했답니다. 할머니는 집 안 구석구석을 깨끗하게 하고, 밤에는 모두가 단잠을 자도록 보살펴 주었죠.
그런데 어느 날, 그 집에 살던 가족이 이사를 가게 되었어요. 아빠, 엄마, 아이들은 짐을 싸기 시작했어요. 쿵쾅쿵쾅, 시끌벅적했죠. 다락방 할머니는 가만히 지켜보았어요. "어휴, 다들 어디로 가는 걸까?" 할머니는 조금 슬펐어요. 가족들이 떠나면 이 넓은 집에 혼자 남게 되니까요.
할머니는 가족들이 정말 좋았거든요. 그래서 결심했어요. "나도 따라가야지!"
하지만 어떻게 따라갈까요? 할머니는 아주 작았지만, 그래도 몰래 숨어야 했어요.
가족들은 마지막으로 남은 물건들을 쓸어 담고 있었어요. 그때 할머니 눈에 마당 한구석에 놓인 커다란 나무통이 보였어요. 그 안에는 낡은 빗자루, 먼지떨이, 그리고 온갖 잡동사니들이 들어 있었죠. "옳지, 저기다!" 할머니는 살금살금 나무통 안으로 쏙 들어갔어요. 낡은 천 조각 아래에 몸을 숨겼답니다.
잠시 후, 일하는 아저씨들이 와서 나무통을 번쩍 들어 이삿짐 차에 실었어요. 덜컹덜컹! 할머니는 조금 어지러웠지만 꾹 참았어요. '새집은 어떤 곳일까?' 궁금하기도 했고요.
드디어 새집에 도착했어요! 가족들은 짐을 내리고 새집을 둘러보며 기뻐했어요. "와, 여기 정말 좋다!" 아이들의 즐거운 목소리가 들렸죠.
모두가 바쁘게 짐을 정리할 때, 할머니는 나무통에서 살짝 빠져나왔어요. "휴, 드디어 나왔네! 와, 새집도 멋진걸!"
할머니는 새집 다락방에 자리를 잡았어요. 그리고 예전처럼 가족들이 잘 지낼 수 있도록 몰래 도와주기 시작했답니다. 밤에는 아이들이 무서운 꿈을 꾸지 않도록 지켜주고, 가끔 물건이 제자리에 없으면 살짝 옮겨놓기도 했죠.
가족들은 새집에서 아주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물론, 다락방 할머니가 함께 이사 와서 그들을 보살펴 주고 있다는 건 아무도 몰랐지만요. 할머니도 새집에서 가족들과 함께여서 정말 행복했어요. 그리고 새집도 예전 집만큼이나 아주아주 사랑하게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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