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의 열두 달
안데르센 동화
눈이 펑펑 내리는 아주 추운 겨울날이었어요. 이 마을에 마음씨 착한 마루슈카라는 소녀가 살고 있었죠. 하지만 새엄마와 새언니는 마루슈카를 미워했어요. 늘 힘든 일만 시키고 구박했답니다.
어느 날, 새언니가 말했어요. "얘, 마루슈카! 갑자기 따뜻한 봄에 피는 제비꽃이 보고 싶구나. 당장 숲에 가서 제비꽃을 한 아름 꺾어 오너라!"
마루슈카는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어요. "하지만 언니, 지금은 한겨울이라 제비꽃은 피지 않아요. 온 세상이 눈으로 덮여있잖아요."
새엄마가 소리쳤죠. "시끄러워! 감히 우리 말을 거역해? 제비꽃을 못 구해오면 집에 들어올 생각도 하지 마!"
마루슈카는 얇은 옷만 걸친 채 눈 쌓인 숲으로 갔어요. 너무 추워서 온몸이 덜덜 떨렸죠. '이런 날씨에 어떻게 제비꽃을 찾으라는 걸까?' 마루슈카는 훌쩍이며 숲 속으로 걸어 들어갔어요.
한참을 걷다 보니, 저 멀리서 따뜻한 불빛이 보였어요. 가까이 가보니, 열두 명의 사람들이 커다란 모닥불 주위에 둘러앉아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어요. 그들은 바로 일 년을 이루는 열두 달 형제들이었답니다! 어떤 이는 젊고, 어떤 이는 나이가 지긋해 보였어요.
마루슈카는 용기를 내어 공손하게 인사하고 말했어요. "안녕하세요. 혹시 제가 잠시 불을 쬐어도 될까요? 그리고... 혹시 제비꽃을 조금만 얻을 수 있을까요?"
가장 위엄 있어 보이는 할아버지가 부드럽게 물었어요. "아가야, 제비꽃이라니? 지금은 내가 다스리는 1월인데. 제비꽃은 봄에 피지 않니?" 그분은 바로 1월 할아버지였어요.
마루슈카는 슬픈 목소리로 새엄마와 새언니 이야기를 했어요.
이야기를 다 들은 1월 할아버지는 젊은 달에게 말했어요. "3월아, 네가 잠시 자리를 맡아주겠니?"
초록 옷을 입은 3월이 고개를 끄덕이며 지팡이를 휘두르자, 갑자기 눈이 스르르 녹고 따뜻한 봄바람이 살랑 불어왔어요. 풀밭에는 예쁜 제비꽃이 가득 피어났죠!
"와아!" 마루슈카는 기뻐하며 제비꽃을 한 아름 꺾었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마루슈카는 몇 번이고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집으로 달려갔어요.
새엄마와 새언니는 제비꽃을 보고 깜짝 놀랐지만,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었어요.
며칠 뒤, 새언니가 또 심술궂게 말했어요. "이번엔 빨갛고 달콤한 딸기가 먹고 싶어. 어서 숲에 가서 딸기를 따오너라!"
마루슈카는 다시 숲으로 갔어요. 열두 달 형제들은 여전히 모닥불 가에 있었죠. 마루슈카는 또 공손히 부탁했어요.
이번에는 활기찬 여름 옷을 입은 6월 형님이 나섰어요. "딸기라면 내가 도와줄 수 있지!" 6월 형님이 지팡이를 휘두르자, 순식간에 여름이 되어 풀숲에는 빨갛고 탐스러운 딸기가 주렁주렁 열렸어요.
마루슈카는 딸기를 바구니 가득 따서 돌아왔어요.
새엄마와 새언니는 딸기를 맛있게 먹었지만, 욕심은 끝이 없었어요. "이번엔 빨갛고 아삭한 사과를 가져와!" 새엄마가 소리쳤어요.
마루슈카는 또다시 숲으로 갔고, 이번에는 풍성한 가을 옷을 입은 9월 아저씨가 도와주었어요. 나무마다 빨간 사과가 탐스럽게 열렸죠.
새엄마와 새언니는 마루슈카가 쉽게 과일과 꽃을 구해오자, '저 아이가 저렇게 쉽게 구하는데, 우리가 직접 가면 더 많이 가져올 수 있겠지!' 하고 욕심을 냈어요.
그들은 두꺼운 옷을 껴입고 숲으로 갔어요. 열두 달 형제들을 만나자마자, 인사도 없이 버릇없이 소리쳤죠. "이봐요들! 당장 딸기랑 사과랑 제비꽃을 잔뜩 내놓으시오!"
1월 할아버지가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어요. "너희처럼 욕심 많고 버릇없는 자들에게 줄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러고는 지팡이를 높이 들었어요. 그러자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매서운 겨울바람이 쌩쌩 불고 무서운 눈보라가 휘몰아쳤어요. 새엄마와 새언니는 너무 추워서 덜덜 떨다가 그만 눈 속에 파묻혀 길을 잃고 말았답니다. 그들은 다시는 돌아오지 못했어요.
마음씨 착한 마루슈카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마루슈카는 그 후로도 열두 달 형제들과 친구처럼 지내며, 따뜻한 집에서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봄에는 예쁜 꽃을 보고, 여름에는 맛있는 과일을 먹고, 가을에는 풍성한 열매를 거두고, 겨울에는 따뜻한 모닥불을 쬐면서 말이에요. 그리고 언제나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않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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