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신 대부
그림 동화
세상에, 아이가 열두 명이나 있는 아빠가 있었어요. 그런데 또 아기가 태어난 거예요! 아빠는 '이 아이의 대부는 누가 좋을까?' 하고 길을 나섰죠.
처음 만난 건 하느님이었어요. 하느님이 말했어요. "내가 너의 아이 대부가 되어주마."
하지만 아빠는 고개를 저었어요. "하느님은 부자들에게는 모든 걸 주시면서, 가난한 사람들은 배고프게 하시잖아요. 제 아이의 대부로는 안 되겠어요."
다음으로 악마가 나타났어요. 악마가 웃으며 말했죠. "내가 대부가 되어줄게! 재미있을 거야."
아빠는 또 싫다고 했어요. "악마는 사람들을 속이고 못된 길로 빠지게 하잖아요. 제 아이를 맡길 수 없어요."
마지막으로 키가 크고 깡마른 죽음 아저씨가 다가왔어요. "내가 대부가 되어주지."
아빠는 생각했어요. '죽음 아저씨는 부자든 가난하든, 착한 사람이든 나쁜 사람이든 똑같이 데려가지. 가장 공평한 분이야!' 그래서 아빠는 죽음 아저씨에게 아이의 대부가 되어달라고 부탁했어요.
아이가 자라 청년이 되었을 때, 죽음 아저씨가 찾아왔어요.
"내 대자야, 너에게 특별한 선물을 주겠다. 이 풀을 가져가거라. 네가 의사가 되면, 아픈 사람을 찾아갔을 때 나를 보게 될 것이다. 내가 그 사람 머리맡에 서 있으면 이 풀을 조금 주어 살릴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발치에 서 있으면, 어떤 약도 소용없으니 그 사람은 죽게 될 것이다. 명심하거라, 나를 속이려 해서는 안 된다!"
청년은 곧 아주 유명한 의사가 되었어요. 죽음 아저씨가 어디에 서 있는지 보고 사람들을 살리기도 하고, 때로는 어쩔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죠. 돈도 아주 많이 벌었답니다.
어느 날, 임금님이 큰 병에 걸렸어요. 의사는 왕궁으로 불려갔죠.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요? 죽음 아저씨가 임금님 발치에 서 있는 거예요! 의사는 잠깐 망설였어요. '임금님을 살리면 큰 상을 받을 텐데….' 그는 몰래 임금님을 휙 돌려 머리가 발치로, 발치가 머리맡으로 가게 한 뒤 풀을 조금 주었어요. 임금님은 기적처럼 살아났죠.
죽음 아저씨는 매우 화가 났지만, 의사를 보며 말했어요. "이번 한 번만 봐주겠다. 네가 내 대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시는 나를 속이지 마라!"
얼마 지나지 않아, 아름다운 공주님이 병에 걸렸어요. 임금님은 "공주를 살리는 사람에게 공주와 결혼시켜주겠다!"고 온 나라에 알렸죠. 의사가 공주님에게 가보니, 아뿔싸! 죽음 아저씨가 공주님 발치에 떡하니 서 있었어요. 의사는 공주님의 아름다움과 임금님의 약속에 눈이 멀어 또다시 공주님을 휙 돌려놓고 풀을 주었어요. 공주님도 눈을 떴죠.
그 순간, 죽음 아저씨가 의사의 팔을 세게 잡았어요. "나를 두 번이나 속이다니! 이제 끝이다. 따라와라!"
죽음 아저씨는 의사를 어둡고 깊은 동굴로 데려갔어요. 동굴 안에는 수많은 촛불이 타고 있었어요. 큰 촛불, 작은 촛불, 활활 타는 촛불, 금방이라도 꺼질 듯 가물거리는 촛불까지 정말 많았죠.
"이것들은 사람들의 생명이다." 죽음 아저씨가 말했어요.
"그럼 제 촛불은 어디 있나요?" 의사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어요.
죽음 아저씨는 아주 작고 거의 다 타버려서 금방이라도 꺼질 것 같은 초를 가리켰어요. "저게 네 것이다."
의사는 깜짝 놀라 애원했어요. "오, 대부님! 제발 이 초를 새 초 위에 옮겨서 제가 더 오래 살게 해주세요!"
죽음 아저씨는 마치 그렇게 해줄 것처럼 새 초를 가져와 낡은 초를 옮기려는 시늉을 했어요. 하지만 바로 그 순간, 일부러 낡은 초를 바닥에 떨어뜨렸답니다. 픽, 소리와 함께 의사의 촛불은 꺼져버렸고, 의사도 그 자리에 쓰러져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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