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목
안데르센 동화
세상에서 가장 멋진 바늘이라고 생각하는 바늘이 있었답니다. 이 바늘은 자기가 아주 가늘고 예쁘다고 뽐내곤 했어요. "나는 그냥 바늘이 아니야. 나는 아주 특별한 재봉 바늘이라고!" 하고 늘 생각했죠.
어느 날, 요리사 아줌마가 이 바늘을 집어 들었어요. 아줌마는 낡은 슬리퍼를 꿰매려고 했죠. 바늘은 생각했어요. '흥, 이런 낡은 슬리퍼 따위를 꿰매다니! 내 신세가 처량하군.' 하지만 바늘은 너무 뻣뻣하게 굴다가 그만 '뚝!' 하고 부러지고 말았어요.
요리사 아줌마는 부러진 바늘 끝에 노란 밀랍을 조금 묻혔어요. "이제 이걸 머리핀처럼 써야겠다." 아줌마는 바늘을 스카프에 꽂았죠. 바늘은 다시 으쓱해졌어요. "봐, 나는 이제 브로치가 되었어! 훨씬 더 멋있어졌다고!"
하지만 얼마 못 가서 바늘은 스카프에서 떨어져 싱크대로, 그리고 어두컴컴한 하수구로 굴러떨어졌어요. 하수구는 어둡고 냄새나는 곳이었지만, 바늘은 여전히 잘난 척했어요. 거기서 바늘은 깨진 유리 조각과 낡은 종이 조각을 만났어요. "나는 귀족 출신이야. 내 머리에는 밀랍 장식도 있다고!" 바늘이 뽐내며 말했어요. 유리 조각은 반짝였고, 종이 조각은 자기가 중요한 편지였다고 말했어요. 모두 자기가 최고라고 생각했죠.
어느 날, 하수구 물이 불어나면서 바늘과 친구들은 달걀 껍데기 안에 들어가게 되었어요. 달걀 껍데기는 작은 배처럼 둥둥 떠다녔죠.
길을 가던 한 남자아이가 달걀 껍데기를 발견했어요. "와, 이게 뭐지?" 남자아이는 달걀 껍데기 안에서 반짝이는 바늘을 보았어요. "다이아몬드인가 봐!" 남자아이는 바늘을 조심스럽게 꺼내 자기 셔츠에 꽂았어요. 바늘은 또다시 기분이 좋아졌어요. "역시 나는 특별해! 이제 보석 취급을 받는다고!"
하지만 기쁨도 잠시, 바늘은 남자아이의 셔츠에서도 떨어져 길바닥으로 굴러갔어요. 그때, 커다란 마차가 지나가면서 바늘 위를 '덜컹!' 하고 지나갔어요. 바늘은 더 산산조각이 났죠.
결국 바늘은 쓰레기 더미에 버려졌어요. 하지만 부서진 바늘 조각은 햇빛을 받아 여전히 반짝였어요. 바늘은 생각했어요. "나는 햇살이야. 이렇게 아름답게 빛나잖아. 나는 정말 대단해!"
그리고 바늘은 그렇게 반짝이며 자기가 최고라고 생각했답니다, 아주 오랫동안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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