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록위마
중국 우화
아주 먼 옛날, 커다란 궁궐에 아주 힘이 센 신하가 살았어요. 이름은 조고였죠. 조고는 욕심이 많아서 황제보다 더 높은 사람이 되고 싶어 했어요.
어느 날, 조고는 재미있는 생각을 해냈어요. "음, 다른 신하들이 내 말을 얼마나 잘 듣는지 시험해 봐야겠다!"
조고는 예쁜 사슴 한 마리를 궁궐로 데리고 와서 황제에게 보여주며 말했어요.
"황제님, 제가 아주 멋지고 빠른 말을 한 마리 구해왔습니다! 정말 훌륭한 말이지요?"
황제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사슴을 쳐다봤어요. "음... 조고 대신, 그건 아무리 봐도 뿔이 달린 사슴 같은데... 말이 맞소?"
조고는 능글맞게 웃으며 대답했어요. "아닙니다, 황제님! 이건 틀림없이 아주 귀한 말입니다! 다른 신하들에게도 한번 물어보시지요."
황제는 고개를 갸웃하며 다른 신하들을 둘러보았어요. "자, 여러분 생각은 어떻소? 저것이 말이오, 아니면 사슴이오?"
몇몇 신하들은 조고의 눈치를 살폈어요. 조고가 무서웠거든요. 그래서 얼른 대답했어요.
"네, 네! 조고 어른의 말씀이 맞습니다! 아주 훌륭한 말입니다!"
"털빛도 좋고, 다리도 튼튼한 것이 영락없는 명마입니다!"
하지만 용감하고 정직한 몇몇 신하들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어요.
"황제님, 저것은 아무리 보아도 사슴입니다. 예쁜 뿔도 있고, 등에 점무늬도 있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저것은 말이 아니라 사슴입니다."
조고는 '말입니다!'라고 대답한 신하들을 보며 속으로 웃었어요. 그리고 '사슴입니다!'라고 용감하게 말한 신하들의 얼굴을 똑똑히 기억해 두었죠.
얼마 뒤, 조고는 이런저런 구실을 만들어 사슴을 사슴이라고 말했던 정직한 신하들을 모두 궁궐에서 쫓아내거나 벌을 주었어요.
그 뒤부터 사람들은 옳지 않은 것을 옳다고 억지로 우기거나, 윗사람에게 아첨하는 사람을 보면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하네!" 하고 말하게 되었답니다. 정말 이상하면서도 교훈을 주는 이야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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