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리한 한스

    그림 동화
    어느 마을에 한스라는 아주 재미있는 친구가 살았답니다. 어느 날, 한스는 엄마를 만나러 길을 나섰어요. 엄마는 오랜만에 온 한스가 반가워서 맛있는 것도 주시고, 선물도 챙겨 주셨죠.

    "한스야, 이 바늘을 가져가렴. 집에 가서 유용하게 쓰일 거야." 엄마가 말했어요.
    "네, 엄마! 고맙습니다!" 한스는 신이 나서 대답했어요. 집으로 돌아가는 길, 한스는 바늘을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곰곰이 생각했어요. 마침 커다란 건초를 실은 수레가 지나가자, 한스는 무릎을 탁 쳤어요. "옳지! 여기에 꽂아두면 안전하겠군!" 한스는 바늘을 건초더미 깊숙이 푹 꽂아 넣었어요. 집에 도착해서 엄마에게 자랑하려고 건초더미를 뒤졌지만, 바늘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어요.
    이 이야기를 들은 엄마는 한숨을 쉬며 말했어요. "아이구, 한스야! 바늘처럼 작고 뾰족한 건 옷소매에 잘 꽂아 와야지!"
    "아하! 다음엔 꼭 그렇게 할게요!" 한스는 고개를 끄덕였어요.

    다음번에 엄마 집에 갔을 때, 엄마는 한스에게 잘 드는 작은 칼을 주셨어요. 한스는 지난번 엄마 말씀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죠. "칼은 옷소매에 꽂아야지!" 한스는 칼을 조심스럽게 옷소매에 푹 꽂고 집으로 향했어요. 하지만 걷는 동안 칼은 소매에서 스르르 빠져나가 길바닥 어딘가로 사라져 버렸어요. 집에 와서 빈 소매를 본 엄마는 이마를 짚었어요. "한스야, 한스야! 칼 같은 건 주머니에 넣어야 안전하지!"
    "네, 엄마! 다음엔 꼭 주머니에 넣을게요!" 한스는 또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 다음번에는 엄마가 통통하고 귀여운 아기 염소 한 마리를 선물로 주셨어요. 한스는 '주머니에 넣어야지!' 하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염소의 다리를 끈으로 꽁꽁 묶어서 자신의 커다란 외투 주머니에 끙끙대며 집어넣었어요. 집에 도착해서 주머니를 열어보니, 아이고! 불쌍한 염소는 숨을 쉬지 못하고 축 늘어져 있었어요.
    엄마는 기가 막혀서 소리쳤어요. "세상에, 한스! 염소는 목에 밧줄을 매서 살살 끌고 와야지, 주머니에 넣으면 어떡하니!"
    "네, 엄마. 다음엔 꼭 밧줄로 끌고 올게요." 한스는 시무룩해져서 대답했어요.

    이번에는 엄마가 맛있는 베이컨 한 덩이를 주셨어요. 한스는 '밧줄로 끌고 가야지!' 하고 베이컨에 밧줄을 튼튼하게 묶어서 땅바닥으로 질질 끌고 갔어요. 그런데 어디선가 배고픈 개들이 나타나 킁킁 냄새를 맡더니, 순식간에 베이컨을 몽땅 먹어치워 버렸어요! 집에 도착하니 밧줄 끝은 텅 비어 있었죠.
    엄마는 어이가 없어서 말했어요. "한스야! 베이컨처럼 귀한 음식은 머리에 이고 조심조심 가져와야지!"
    "네, 엄마! 다음엔 꼭 머리에 이고 올게요!" 한스는 또 알았다는 듯이 대답했어요.

    마지막으로 엄마는 건강한 송아지 한 마리를 주셨어요. 한스는 '머리에 이고 가야지!' 하고 송아지를 번쩍 들어 머리 위에 올리려고 낑낑댔어요. 겨우 머리에 올렸지만, 송아지가 가만히 있을 리 없죠! 송아지는 버둥거리며 발길질을 뻥뻥 해댔고, 그 바람에 한스는 얼굴을 얻어맞고 땅바닥에 나뒹굴었어요.
    엄마는 달려와서 한스를 일으키며 말했어요. "아이고, 한스야! 송아지는 외양간으로 잘 몰고 가야지, 머리에 이는 게 아니란다!"
    한스는 겨우겨우 송아지를 외양간으로 끌고 갔어요. "휴, 이제야 제대로 한 건가?" 한스는 혼자 중얼거렸죠.

    시간이 흘러 한스는 결혼할 나이가 되었어요. 한스는 이웃 마을에 사는 예쁜 아가씨 그레텔과 결혼하고 싶었어요. 한스는 그레텔의 눈이 참 착하고 예쁘다고 생각했어요. '아하! 그레텔은 눈을 좋아하는구나!' 이렇게 생각한 한스는 소와 양들을 잔뜩 몰고 그레텔에게 갔어요. 그리고는 "그레텔, 당신의 예쁜 눈을 위해 준비했어요!" 하면서 동물들을 그레텔의 무릎 위에 올려놓으려고 했어요. 그레텔은 깜짝 놀라 소리쳤죠. "이게 무슨 짓이에요!"
    한스는 당황했어요. '분명히 눈을 좋아하는데 왜 화를 내지?'

    어찌어찌 우여곡절 끝에 한스는 그레텔과 결혼하게 되었어요. 결혼식 날, 한스는 신랑으로서 아주 똑똑하게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좋은 꾀를 냈다고 생각하며 외양간에 숨어서 자기 옷에 구멍을 여러 개 뚫었어요. '이렇게 구멍(눈)으로 손님들을 몰래 보면 재미있겠지?' 그런데 그러는 동안 온몸에 지푸라기가 잔뜩 묻어 엉망진창이 되었어요.
    신부 그레텔이 한스를 찾아 외양간으로 왔다가 그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아니, 여보! 옷이 이게 뭐예요! 혹시 돈을 다 잃어버리기라도 한 거예요?" 그레텔은 걱정스러운 마음에 가지고 있던 열쇠 꾸러미를 한스에게 던졌는데, 그만 열쇠가 한스의 눈에 정통으로 맞고 말았어요.
    눈을 맞은 한스는 아픔과 동시에 번뜩이는 생각을 했어요. '아얏! 그레텔이 나에게 자기 눈(열쇠)을 던졌구나! 정말 나를 좋아하는군! 그럼 나도 답례로 눈을 줘야지!' 한스는 마침 옆에 있던 소의 눈알 두 개를 얼른 주워서 그레텔에게 힘껏 휙 던졌어요.
    그레텔은 너무나 놀라고 징그러워서 비명을 지르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고, 다시는 한스 앞에 나타나지 않았답니다. 한스는 그레텔이 왜 그렇게 놀라서 도망갔는지 끝까지 이해하지 못했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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