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대토
중국 우화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어느 날이었어요. 넓은 밭에서 한 농부가 열심히 땀을 흘리며 일을 하고 있었죠. 농부는 밭을 갈고 씨앗을 뿌리느라 아주 바빴어요. "에고, 힘들다! 그래도 맛있는 곡식을 거두려면 열심히 해야지!" 농부는 혼잣말을 하며 다시 힘을 냈어요.
그때였어요! 저 멀리서 하얀 토끼 한 마리가 깡총깡총 뛰어오고 있었어요. 그런데 토끼가 너무 빨리 달렸나 봐요. "쿵!" 하고 그만 밭 한가운데 있는 커다란 나무 그루터기에 머리를 세게 부딪히고 말았어요. 아이고! 토끼는 그 자리에서 풀썩 쓰러져 움직이지 않았어요.
농부는 깜짝 놀라서 달려가 보았어요. 토끼는 이미 숨을 거둔 뒤였죠. 농부는 처음에는 안타까워했지만, 곧 싱글벙글 웃었어요. "와! 이게 웬 토끼냐! 힘들게 사냥하지 않아도 공짜로 토끼를 얻었네!" 농부는 토끼를 들고 집으로 돌아가 맛있게 요리해 먹었답니다.
다음 날부터 농부는 이상한 생각을 하기 시작했어요. '어제처럼 토끼가 또 그루터기에 부딪혀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 힘들게 일하지 않아도 매일 토끼 고기를 먹을 수 있을 텐데!'
그날부터 농부는 밭일은 전혀 하지 않았어요. 대신 아침 일찍부터 그루터기 옆에 돗자리를 펴고 앉아 토끼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렸죠.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하루 종일 그루터기만 쳐다보았어요.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여러 날이 지났어요. 하지만 토끼는커녕 토끼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어요. 그루터기에 부딪히는 토끼는 다시 나타나지 않았답니다.
농부가 매일 빈둥빈둥 놀기만 하니, 밭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맞아요! 농부가 돌보지 않은 밭에는 곡식 대신 잡초만 무성하게 자랐어요. 결국 농부는 토끼도 얻지 못하고, 농사도 망쳐서 배를 쫄쫄 굶게 되었답니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에게 어리석다고 놀림을 받게 되었어요.
1214 조회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