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주구검

    중국 우화
    햇살 좋은 어느 날, 강 위를 미끄러지듯 나아가는 배 한 척이 있었어요.
    그 배에는 여러 사람이 타고 있었는데, 그중 한 아저씨는 아주 멋진 칼을 허리에 차고 있었죠. 아저씨는 그 칼을 무척 아꼈답니다.

    배가 강 한가운데쯤 이르렀을 때였어요. 아저씨가 잠깐 한눈을 판 사이에 "풍덩!" 하는 소리와 함께 아끼던 칼이 그만 강물 속으로 빠져 버렸어요.
    "어이쿠, 내 칼!"
    아저씨는 깜짝 놀랐지만, 금방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는 듯이 무릎을 탁 쳤어요.
    그리고는 주머니에서 작은 칼을 꺼내더니, 칼이 빠진 바로 그 뱃전에 '쓱쓱' 표시를 해 두었답니다.
    옆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이 물었어요. "아니, 지금 뭘 하시는 거예요?"
    아저씨는 의기양양하게 대답했죠. "내 칼이 바로 여기로 빠졌으니, 표시를 해 둬야 나중에 찾을 수 있지 않겠소?"

    얼마 후, 배가 강 건너편 나루터에 도착했어요.
    아저씨는 아까 표시해 둔 뱃전으로 가더니, "자, 이제 내 칼을 찾아야지!" 하고는 옷도 벗지 않고 강물로 첨벙 뛰어들었어요.
    하지만 아무리 물속을 더듬고 찾아봐도 칼은 보이지 않았어요.
    그도 그럴 것이, 칼이 빠진 곳은 강 한가운데였고, 배는 이미 한참을 움직여 나루터에 도착했으니까요.
    강물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지만, 배는 움직였는데 말이에요. 아저씨는 배가 움직였다는 사실을 깜빡 잊고, 움직이는 배에 표시를 했던 거예요.

    결국 아저씨는 칼을 찾지 못하고 흠뻑 젖은 채 뭍으로 올라와야 했답니다.
    움직이는 배에 표시를 했으니, 칼을 찾을 수 있을 리가 없었죠. 참 어리석은 생각이었어요,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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