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나귀와 개

    이솝 우화
    어떤 아저씨네 집에 부지런한 당나귀와 재롱둥이 강아지가 함께 살았어요.

    강아지는 작고 귀여워서 주인 아저씨가 집에 돌아오면 깡총깡총 뛰어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반갑게 맞이했어요. 아저씨는 그런 강아지를 보면 "아이구, 우리 귀염둥이!" 하면서 번쩍 안아 무릎에 앉히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죠. 맛있는 간식도 늘 강아지 차지였어요.

    반면에 당나귀는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끙끙대며 무거운 짐을 실어 날랐어요. 땀을 뻘뻘 흘리며 힘들게 일하고 돌아오면, 마구간에서 기다리는 건 그저 그런 마른 풀뿐이었죠. 주인 아저씨가 가끔 등을 툭툭 쳐주는 게 전부였어요.

    당나귀는 창문 너머로 보이는 강아지가 너무너무 부러웠어요.
    '흥! 나도 강아지처럼 애교를 부리면 주인님이 예뻐해 주실 거야! 맛있는 것도 주실 테고!'
    당나귀는 속으로 생각했어요. '좋아, 나도 한번 강아지처럼 해보는 거야!'

    다음 날, 주인 아저씨가 일을 마치고 돌아왔어요. 당나귀는 이때다 싶어 아저씨에게 콩콩콩 달려갔어요. 그리고는 강아지가 하는 것처럼 꼬리를 흔들려고 애썼지만, 길고 뻣뻣한 꼬리는 잘 움직이지 않았죠.
    그래도 당나귀는 포기하지 않고 큰 소리로 "히이힝! 히이힝!" 하고 울면서 앞발을 번쩍 들어 주인 아저씨의 어깨에 턱! 올리려고 했어요. 심지어 아저씨 무릎에 폴짝 뛰어오르려고까지 했답니다!

    주인 아저씨는 갑작스러운 당나귀의 행동에 눈이 휘둥그레졌어요.
    "아니, 이 녀석이 갑자기 왜 이러지? 혹시 어디 아픈 건가?"
    하지만 당나귀의 커다란 몸집과 거친 발길질에 아저씨는 너무 놀라고 무서워서 소리쳤어요.
    "으악! 얘들아! 이리 와서 이 당나귀 좀 말려 다오! 얘가 미쳤나 보다!"

    곧 일꾼들이 몽둥이를 들고 우르르 달려와서 당나귀를 에워쌌어요.
    "이놈의 당나귀가 주인님께 무슨 짓이냐!"
    일꾼들은 당나귀를 콩콩 때리며 마구간으로 쫓아냈어요.

    마구간에 홀로 남겨진 당나귀는 엉덩이를 문지르며 훌쩍였어요.
    "아이고, 아파! 괜히 강아지를 따라 했네! 강아지는 강아지대로 귀엽게 구는 게 어울리고, 나는 나대로 묵묵히 일하는 게 맞는 거였는데..."
    당나귀는 그제야 깨달았어요. 모두가 각자 자기만의 역할과 사랑받는 방식이 있다는 것을요. 그 후로 당나귀는 다시 자기 일을 열심히 하며 지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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