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와 할머니
이솝 우화
어느 조용한 마을에, 몸이 아픈 할머니 한 분이 살고 있었어요.
할머니는 매일 콜록콜록, "아이고, 아파라!" 하며 끙끙 앓았죠.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는 간절하게 기도했어요. "오, 신이시여! 제 병만 낫게 해주신다면, 우리 집에서 가장 토실토실하고 멋진 수탉 한 마리를 바치겠습니다!"
마침 그 집 근처를 지나가던 배고픈 여우 한 마리가 할머니의 기도를 똑똑히 들었어요.
여우는 입맛을 쩝쩝 다시며 생각했죠. "이야, 맛있는 수탉이라니! 할머니가 얼른 나으셔야 할 텐데."
며칠 뒤, 정말 신기하게도 할머니의 병이 씻은 듯이 나았어요!
할머니는 폴짝폴짝 뛸 듯이 기뻤지만, 막상 제일 좋은 수탉을 생각하니 조금 아까운 마음이 들었어요.
바로 그때, 여우가 할머니 집으로 쪼르르 달려와서 물었어요.
"할머니, 할머니! 병이 다 나으셨다니 정말 축하드려요! 그런데 약속하신 수탉은 언제 신께 바치실 건가요?"
할머니는 잠시 망설이다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어요.
"아이고, 여우야. 내가 깜빡했네! 내가 약속한 건 아주 특별한 황금빛 깃털을 가진 수탉이었는데, 우리 집에는 그냥 평범한 갈색 수탉밖에 없구나. 이걸 어쩌면 좋지?"
그러자 여우는 빙긋 웃으며 대답했어요.
"할머니, 걱정 마세요! 신들은 수탉의 깃털 색깔 같은 건 전혀 신경 쓰지 않으실 거예요. 중요한 건 약속을 지키려는 할머니의 착한 마음이니까요!"
할머니는 여우의 말에 얼굴이 살짝 빨개졌어요. 결국 할머니는 약속대로 가장 토실토실한 갈색 수탉을 정성껏 골라 신께 바쳤답니다.
여우는 그 모습을 지켜보며 고개를 끄덕였어요. "역시, 약속은 꼭 지켜야 한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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