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악마의 황금 머리카락 세 가닥

    그림 동화
    세상에 아주 특별한 아기가 태어났어요. 태어날 때부터 머리에 예쁜 모자 같은 것을 쓰고 있었는데, 사람들은 그게 행운의 표시라고 했죠. 소문은 임금님 귀에까지 들어갔어요. "그 아이는 커서 공주님과 결혼하게 될 운명이래요!" 점쟁이가 말했어요. 심술궂은 임금님은 화가 났어요. "감히 가난뱅이 아이가 내 딸과 결혼해?"

    임금님은 아기를 빼앗아 상자에 넣어 강물에 띄워 보냈어요. "이제 끝이다!" 하지만 상자는 물에 둥둥 떠내려가 어느 친절한 아저씨 아줌마에게 발견되었답니다. 부부는 아기에게 '행운이'라고 이름 짓고 사랑으로 키웠어요. 행운이는 씩씩하고 착한 소년으로 자랐죠.

    소년이 열네 살이 되던 해, 임금님이 우연히 그 마을을 지나다 행운이를 보게 되었어요. "네가 바로 그 행운의 아이구나!" 임금님은 겉으로는 웃으며 말했지만 속으로는 여전히 미워했어요. 임금님은 꾀를 내어 행운이에게 편지를 주며 말했어요. "이 편지를 왕비님께 전해 드리거라." 편지에는 '이 아이가 도착하면 즉시 없애시오'라고 적혀 있었죠.

    행운이는 아무것도 모르고 길을 떠났어요. 밤이 되어 숲 속에서 잠이 들었는데, 마침 도둑들이 지나가다 소년을 발견했어요. 도둑들은 소년의 주머니에서 편지를 꺼내 읽고는 깜짝 놀랐어요. "쯧쯧, 불쌍한 아이로군." 마음씨 착한 도둑들은 편지 내용을 '이 아이가 도착하면 즉시 공주와 결혼시키시오'라고 고쳐 써 주었답니다.

    궁궐에 도착한 행운이는 편지를 왕비님께 드렸고, 왕비님은 편지대로 공주님과 행운이의 결혼식을 성대하게 열어주었어요. 뒤늦게 돌아온 임금님은 결혼 소식을 듣고 펄펄 뛰었어요. "안 되겠다! 저 녀석에게 아주 어려운 숙제를 내줘야지!"

    임금님은 행운이를 불러 말했어요. "네가 내 사위가 되려면, 지옥에 사는 악마의 황금 머리카락 세 개를 뽑아 와야 한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요구였지만, 용감한 행운이는 공주님을 위해 길을 떠났어요.

    가는 길에 행운이는 첫 번째 마을에 도착했어요. 마을 사람들은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물었어요. "우리 마을 샘물이 왜 자꾸 마르는지 악마에게 물어봐 줄 수 있나요?" 행운이는 그러겠다고 약속했어요.

    두 번째 마을에서는 황금 사과가 열리던 나무가 더 이상 열매를 맺지 않아 슬퍼하고 있었어요. "우리 사과나무가 왜 열매를 맺지 못하는지 악마에게 물어봐 주세요." 행운이는 또 약속했죠.

    마지막으로 강가에 도착하니, 늙은 뱃사공 할아버지가 한숨을 쉬고 있었어요. "나는 왜 평생 이 강을 건너는 배만 저어야 하는지 악마에게 물어봐 주게나." 행운이는 할아버지의 질문도 꼭 물어보겠다고 다짐했어요.

    드디어 행운이는 어둡고 무시무시한 지옥 입구에 도착했어요. 다행히 그곳에는 악마의 할머니가 살고 있었는데, 아주 마음씨 좋은 분이었어요. 할머니는 행운이의 사정을 듣고는 안타까워하며 도와주기로 했어요. "악마가 돌아오면 내 무릎을 베고 잠들 거야. 그때 몰래 머리카락을 뽑아주마. 너는 작은 개미로 변신해서 숨어 있거라."

    곧 커다란 악마가 쿵쿵거리며 돌아왔어요. 악마는 할머니 무릎을 베고 누워 금세 잠이 들었죠. 할머니는 살금살금 악마의 황금 머리카락을 하나 뽑았어요. "아야!" 악마가 잠결에 소리쳤어요. 할머니는 얼른 악마를 달래며 물었어요. "아이고, 내가 깜빡 졸았구나. 그런데 꿈에서 이상한 걸 봤는데, 어떤 마을 샘물이 왜 자꾸 마르는 거니?" 악마는 졸린 목소리로 대답했어요. "그거야 샘물 밑에 두꺼비 한 마리가 앉아 있어서 그렇지. 두꺼비를 치우면 물이 다시 콸콸 나올 텐데."

    할머니는 두 번째 황금 머리카락을 쏙 뽑았어요. "아야! 왜 자꾸 뽑아요!" 악마가 짜증을 냈어요. "미안하다, 미안해. 그런데 꿈에서 황금 사과나무가 열매를 안 맺는 걸 봤는데, 그건 왜 그러니?" 악마는 투덜거리며 말했어요. "나무뿌리를 쥐 한 마리가 갉아먹고 있으니 그렇지. 쥐를 잡으면 다시 황금 사과가 주렁주렁 열릴걸."

    마지막으로 할머니는 세 번째 황금 머리카락을 휙 뽑았어요. "아얏! 정말 너무하네!" 악마가 버럭 소리를 질렀어요. "오냐오냐, 이제 안 그럴게. 그런데 꿈에서 늙은 뱃사공이 평생 배만 젓는 걸 봤는데, 그건 어떻게 된 거니?" 악마는 하품을 하며 말했어요. "그건 바보 같으니라고. 다른 사람에게 노를 넘겨주면 바로 자유로워지는데 그걸 모르다니!"

    악마가 다시 깊이 잠들자 할머니는 행운이를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게 하고 황금 머리카락 세 개와 악마가 알려준 비밀들을 전해주었어요. "어서 돌아가거라!"

    행운이는 기쁜 마음으로 돌아오는 길에 뱃사공 할아버지에게 비밀을 알려주었어요. "다른 사람에게 노를 넘겨주시면 된대요!" 할아버지는 정말 고맙다며 황금 당나귀를 선물로 주었어요. 두 번째 마을에서는 쥐를 잡는 방법을 알려주고 황금으로 가득 찬 마차를 받았어요. 첫 번째 마을에서는 두꺼비를 치우는 방법을 알려주고 보석을 잔뜩 얻었답니다.

    행운이는 악마의 황금 머리카락 세 개와 엄청난 보물을 가지고 궁궐로 돌아왔어요. 임금님은 눈이 휘둥그레졌어요. 황금 머리카락보다 반짝이는 보물에 더 관심이 갔죠. "아니, 이 많은 보물은 다 어디서 났느냐?" 행운이는 순진하게 대답했어요. "강 건너에 가면 얼마든지 얻을 수 있어요. 뱃사공 할아버지에게 물어보세요."

    욕심쟁이 임금님은 당장 강가로 달려갔어요. 뱃사공 할아버지는 임금님을 보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노를 건네주었죠. "어서 이 배를 저어 강을 건너가시오!" 임금님은 아무 생각 없이 노를 받아들었고, 그 순간부터 영원히 배를 저어야 하는 뱃사공이 되고 말았답니다.

    행운이는 착한 공주님과 함께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어요. 물론, 그 많은 보물 덕분에 부족함 없이 즐겁게 지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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