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벼룩
그림 동화
따뜻한 부엌 한구석에, 아주 작은 이와 벼룩이 함께 살고 있었어요. 어느 날, 이가 맥주를 끓이다가 그만 뜨거운 맥주통에 빠져 버렸어요! 이크, 이를 어쩌죠! 이는 그만 죽고 말았답니다.
벼룩은 가장 친한 친구를 잃고 너무 슬퍼서 엉엉 울기 시작했어요. "흑흑, 내 친구 이가 죽었어! 이제 난 어떡해!"
그때 부엌 문이 벼룩의 울음소리를 듣고 물었어요. "벼룩아, 벼룩아, 왜 그렇게 구슬프게 우는 거니?"
벼룩이 눈물을 닦으며 대답했어요. "흑흑, 내 친구 이가 맥주통에 빠져 죽었거든."
그러자 문이 말했어요. "아이고, 이를 어째! 나도 너무 슬퍼서 삐걱거릴 수밖에 없구나!" 문은 정말로 삐걱삐걱 소리를 내며 슬퍼했어요.
마당을 쓸던 빗자루가 문의 삐걱거리는 소리를 듣고 다가와 물었어요. "문아, 문아, 왜 그렇게 슬픈 소리를 내며 삐걱거리는 거야?"
문이 대답했어요. "이가 맥주통에 빠져 죽어서 벼룩이 울고, 나도 슬퍼서 삐걱거리고 있단다."
빗자루도 그 말을 듣고는 슬픔에 잠겨 말했어요. "이런 슬픈 일이! 나도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나도 슬퍼서 마구마구 마당을 쓸어야겠다!" 빗자루는 정말로 휙휙, 샥샥 소리를 내며 정신없이 마당을 쓸기 시작했어요.
그때 마침 작은 수레가 지나가다가 빗자루를 보고 물었어요. "빗자루야, 빗자루야, 왜 그렇게 정신없이 마당을 쓰는 거니?"
빗자루가 숨을 헐떡이며 대답했어요. "이가 맥주통에 빠져 죽어서 벼룩이 울고, 문이 삐걱거리고, 나도 슬퍼서 마구 쓸고 있단다."
수레도 너무 슬퍼서 말했어요. "이를 어쩌나! 나도 슬픔을 주체할 수 없어. 나도 슬퍼서 데굴데굴 굴러가야겠다!" 수레는 정말로 덜컹덜컹 소리를 내며 언덕 아래로 굴러가기 시작했어요.
길가에 있던 잿더미가 굴러가는 수레를 보고 소리쳤어요. "수레야, 수레야, 왜 그렇게 굴러가는 거니?"
수레가 굴러가며 외쳤어요. "이가 맥주통에 빠져 죽어서 벼룩이 울고, 문이 삐걱거리고, 빗자루가 마당을 쓸고, 나도 슬퍼서 굴러가고 있단다!"
잿더미는 그 말을 듣고 너무나 슬퍼서 말했어요. "아, 너무 슬프다! 나도 슬퍼서 활활 타오를 수밖에!" 잿더미는 정말로 뜨거운 불꽃을 내며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어요.
근처에 있던 작은 나무가 잿더미가 타오르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 물었어요. "잿더미야, 잿더미야, 왜 그렇게 뜨겁게 타오르는 거니?"
잿더미가 타오르며 대답했어요. "이가 맥주통에 빠져 죽어서 벼룩이 울고, 문이 삐걱거리고, 빗자루가 마당을 쓸고, 수레가 굴러가고, 나도 슬퍼서 타오르고 있단다!"
나무는 너무 슬퍼서 말했어요. "정말 안타까운 일이구나! 나도 슬퍼서 내 나뭇잎을 모두 떨어뜨려야겠다!" 나무는 정말로 우수수 소리를 내며 초록색 잎사귀들을 모두 떨어뜨렸어요.
물동이를 이고 가던 한 소녀가 나뭇잎을 다 떨어뜨린 나무를 보고 물었어요. "나무야, 나무야, 왜 예쁜 나뭇잎을 다 떨어뜨린 거니?"
나무가 슬픈 목소리로 대답했어요. "이가 맥주통에 빠져 죽어서 벼룩이 울고, 문이 삐걱거리고, 빗자루가 마당을 쓸고, 수레가 굴러가고, 잿더미가 타오르고, 나도 슬퍼서 잎을 떨어뜨리고 있단다."
소녀는 그 이야기를 듣고 너무 슬퍼서 그만 들고 있던 물동이를 땅에 떨어뜨려 깨뜨리고 말았어요. "어머나, 세상에! 너무 슬픈 이야기야! 나도 너무 슬퍼서 물동이를 깨뜨렸네!"
근처에 있던 맑은 샘물이 소녀가 물동이를 깨뜨리는 것을 보고 물었어요. "소녀야, 소녀야, 왜 소중한 물동이를 깨뜨렸니?"
소녀가 눈물을 글썽이며 대답했어요. "이가 맥주통에 빠져 죽어서 벼룩이 울고, 문이 삐걱거리고, 빗자루가 마당을 쓸고, 수레가 굴러가고, 잿더미가 타오르고, 나무가 잎을 떨어뜨리고, 나도 슬퍼서 물동이를 깨뜨렸단다."
샘물은 그 이야기를 듣고 너무나 슬퍼서 말했어요. "아, 이토록 슬픈 일이 또 있을까! 나도 슬픔을 참지 못하고 마구 솟아오르리라!"
샘물은 정말로 콸콸 넘쳐흐르기 시작했어요. 물이 어찌나 세차게 솟아났는지, 온 세상을 다 덮어버렸어요. 그래서 벼룩도, 문도, 빗자루도, 수레도, 잿더미도, 나무도, 소녀도 모두 그 물에 휩쓸려 가 버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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