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와 악마
그림 동화
어느 마을에 머리가 아주 좋은 농부가 살고 있었어요. 농부는 매일같이 밭에 나가 열심히 일했죠.
하루는 농부가 밭을 갈고 있는데, 갑자기 시커먼 악마가 펑 하고 나타났어요!
악마가 거만한 목소리로 말했어요. "이봐, 농부! 이 밭에서 나는 건 이제부터 다 내 것이다!"
농부는 깜짝 놀랐지만, 금방 침착하게 생각했어요. '흠, 이 악마를 어떻게 골탕 먹일까?'
농부가 웃으며 말했어요. "좋습니다, 악마님. 대신 우리 약속을 하나 하죠. 땅 위로 자라는 것은 악마님께서 가지시고, 땅 밑에 숨겨진 것은 제가 갖겠습니다. 어떠세요?"
악마는 '땅 위로 자라는 게 훨씬 많겠지?' 생각하며 흔쾌히 대답했어요. "좋다! 그렇게 하자!"
농부는 그 밭에다 순무를 잔뜩 심었어요. 순무는 뿌리가 땅속에서 쑥쑥 자라는 채소잖아요?
가을이 되어 수확할 때가 되자, 농부는 크고 맛있는 순무를 한가득 얻었어요. 악마는요? 쓸모없는 순무 잎사귀만 잔뜩 가져갔답니다.
악마는 씩씩거리며 소리쳤어요. "아니, 이럴 수가! 내가 속았구나!"
다음 해, 화가 난 악마가 다시 농부를 찾아왔어요.
"이번에는 절대 안 속는다! 이번에는 땅 밑에 있는 것이 내 것이다! 땅 위에 있는 건 네가 다 가져라!" 악마가 자신만만하게 외쳤어요.
농부는 속으로 웃으며 대답했어요. "네, 좋습니다, 악마님. 그렇게 하시죠."
이번에 농부는 밭에다 밀을 심었어요. 밀은 땅 위로 노랗게 익은 알곡이 열리는 식물이죠.
수확 시간이 되자, 농부는 황금빛 밀알을 가득 거두었어요. 악마는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밀 뿌리만 잔뜩 파냈답니다.
악마는 얼굴이 새빨개져서 펄쩍펄쩍 뛰었어요. "으악! 또 속았다! 분하다, 분해!"
꾀 많은 농부에게 두 번이나 보기 좋게 당한 악마는 그 뒤로 다시는 농부 앞에 나타나지 않았대요.
농부는 그 후로도 지혜롭게 농사를 지으며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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