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 속의 가난한 아이
그림 동화
어느 작은 마을에 아주 가난한 남자아이가 살고 있었어요. 부모님이 안 계셔서 아주 부자이지만 마음씨 고약한 주인 아저씨네 집에서 살았죠. 주인 아저씨와 아주머니는 아이에게 늘 딱딱한 빵 부스러기만 주고,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매를 들었어요. 아이는 매일 배고프고 슬펐답니다.
어느 날 밤, 아이는 부엌 구석에서 주인 부부가 하는 이야기를 몰래 엿듣게 되었어요.
"저 녀석 때문에 우리 집 곡식만 축나는군. 차라리 없어졌으면 좋겠어." 주인 아저씨가 말했어요.
"그러게 말이에요. 저 아이가 없으면 밥 한 그릇이라도 아낄 텐데." 아주머니도 맞장구를 쳤죠.
아이는 그 말을 듣고 가슴이 쿵 내려앉았어요. '내가 정말 쓸모없는 아이인가 봐. 내가 없어져야 주인님들이 기뻐하시겠지.'
다음 날 아침, 아이는 아무도 모르게 집을 빠져나왔어요. 그리고는 마을 교회 옆에 있는 무덤가로 갔죠. 마침 새로 판 무덤 하나가 비어 있었어요. 아이는 그 차가운 흙구덩이 속으로 들어가 가만히 누웠어요. '이제 여기서 조용히 사라지는 거야.' 아이는 눈을 감았지만, 배는 여전히 꼬르륵거리고 몸은 덜덜 떨렸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주인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무덤가로 오는 소리가 들렸어요.
"정말 그 녀석이 여기 와서 죽었을까?" 주인 아저씨가 말했어요.
"글쎄요. 만약 살아있다면, 이 맛있는 빵 냄새를 맡고 가만있지 못할 거예요." 아주머니가 말하며 빵 한 조각을 아이 머리맡에 살짝 놓았어요.
"흠, 그리고 이 달콤한 포도주 냄새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겠지!" 아저씨도 포도주가 든 작은 잔을 그 옆에 놓았죠.
아이는 너무너무 배가 고팠어요. 맛있는 빵 냄새와 달콤한 포도주 냄새가 코를 콕콕 찔렀죠. 아이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어요. 자기도 모르게 손을 스윽 내밀어 빵을 집어 꿀꺽 삼키고, 포도주도 단숨에 마셔버렸답니다.
"어머나! 저것 봐요! 아이가 빵이랑 포도주를 다 먹었어요!" 아주머니가 소리쳤어요.
주인 아저씨도 눈이 동그래졌죠. "아니, 이 녀석, 살아있었잖아!"
주인 부부는 얼굴이 새빨개졌어요. 자기들이 얼마나 못된 말을 했는지, 그리고 아이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그제야 깨달은 거예요.
주인 아저씨는 조심스럽게 아이를 무덤에서 꺼내주며 말했어요. "얘야, 정말 미안하다. 우리가 잘못했다. 다시는 너에게 함부로 대하지 않을게. 우리 집으로 돌아가자."
그날부터 주인 부부는 아이에게 따뜻한 밥과 새 옷을 주고, 친절하게 대해주었어요. 아이는 더 이상 배고프거나 슬프지 않았고, 전보다 훨씬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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