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엉이
그림 동화
아주 오랜 옛날, 한 작은 마을에 밤이 찾아왔어요. 달님도 구름 뒤에 숨어버린 깜깜한 밤이었죠. 그때, 커다란 부엉이 한 마리가 농부의 헛간으로 푸드덕 날아 들어갔어요. 마을 사람들은 부엉이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헛간에서 들려오는 부엉이의 "부엉! 부엉!" 소리와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두 눈을 보고는 깜짝 놀랐어요.
"저게 뭐지? 괴물인가 봐!" 한 사람이 소리쳤어요.
"눈이 번쩍거리고 이상한 소리를 내! 분명 무시무시한 괴물일 거야!" 다른 사람도 겁에 질려 말했죠.
마을 사람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어요. "어떻게 하지? 저 괴물을 내쫓아야 해!"
몇몇 용감한 사람들이 헛간 문을 살짝 열고 소리를 질러보기도 하고, 작은 돌멩이를 던져보기도 했지만, 부엉이는 그저 고개만 갸웃거릴 뿐, 날아갈 생각을 안 했어요. 오히려 더 큰 소리로 "부엉! 부엉!" 하고 울었죠. 사람들은 그 소리에 더 오싹해졌어요.
그때, 마을에서 자기가 제일 용감하다고 생각하는 한 남자가 나섰어요. "내가 들어가서 저 괴물이 얼마나 센지 보고 오겠소!" 그는 큰소리쳤지만, 사실 다리가 조금 후들거렸어요.
남자는 조심조심 헛간 안으로 들어갔어요. 어두컴컴한 헛간 구석에서 부엉이가 커다란 눈을 반짝이며 그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죠. "부-엉!" 부엉이가 낮고 깊은 소리를 내자, 남자는 "으악!" 소리를 지르며 허둥지둥 밖으로 뛰쳐나왔어요.
"저, 저 안에는 정말 무시무시한 괴물이 있어요! 눈이 불타는 것 같고, 이상한 소리로 나를 위협했어요! 손도 댈 수 없을 만큼 강해 보여요!" 남자는 숨을 헐떡이며 말했어요.
이제 마을 사람들은 정말 큰일났다고 생각했어요. "저렇게 무서운 괴물을 그냥 둘 수는 없어! 헛간을 통째로 태워버려서 괴물을 없애야 해!"
결국 사람들은 헛간에 불을 붙였어요. 불길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하자, 헛간 지붕에서 커다란 날갯짓 소리가 들렸어요. 푸드덕! 바로 부엉이였죠. 부엉이는 훨훨 날아올라 밤하늘을 몇 바퀴 돌더니, 조용히 멀리 있는 숲 속으로 사라졌어요.
마을 사람들은 불타는 헛간과 밤하늘로 날아가는 부엉이를 멍하니 바라보았어요.
그때 한 아이가 말했어요. "어? 저건 그냥 밤에 다니는 큰 새잖아요! 우리 할아버지가 부엉이라고 하셨는데!"
그제야 사람들은 자기들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깨달았어요. "아이고, 우리가 부엉이 한 마리 때문에 멀쩡한 헛간을 다 태워버렸네!"
마을 사람들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멋쩍게 웃었답니다. 그날 이후, 그 마을 사람들은 밤에 이상한 소리가 들려도 함부로 겁먹지 않고, 그게 무엇인지 차분히 알아보려고 했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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