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른 리사

    그림 동화
    어느 마을에 말라깽이 리사라는 아가씨가 살았어요. 리사는 아주 말랐지만, 일하는 건 정말 싫어했어요. 리사의 주인인 키다리 렌츠 아저씨도 마찬가지였죠. 둘은 세상에서 가장 게으른 사람들이었을지도 몰라요!

    어느 날, 렌츠 아저씨가 말했어요. "리사야, 우리 집에 암소 한 마리랑 송아지 한 마리가 있는데, 암소를 시장에 내다 팔아야겠다."
    리사는 고개를 끄덕였어요. "좋아요, 아저씨. 그럼 우유 짜는 일도 줄어들겠네요!" 리사는 일거리가 줄어든다는 생각에 신이 났어요.

    다음 날 아침, 렌츠 아저씨는 암소를 끌고 시장으로 갔어요. 그런데 가는 길에 목이 너무 말랐죠. 마침 돼지 한 마리를 옆구리에 낀 사람을 만났어요. 렌츠 아저씨는 생각했어요. '암소는 우유를 짜야 하지만, 돼지는 그냥 키우다가 잡아먹으면 되잖아? 그게 더 편하겠군!'
    그래서 렌츠 아저씨는 외쳤어요. "이봐요, 제 암소랑 당신 돼지랑 바꿉시다!"
    돼지를 얻은 렌츠 아저씨는 아주 만족스러웠어요.

    조금 더 가니, 이번엔 어떤 사람이 거위 한 마리를 안고 가는 걸 봤어요. 렌츠 아저씨는 또 생각했죠. '돼지는 시끄럽게 꿀꿀거리고 진흙탕에서 뒹굴어서 귀찮아. 거위는 조용하고 깃털도 쓸모 있잖아!'
    "이봐요, 제 돼지랑 당신 거위랑 바꿉시다!"
    거위를 얻은 렌츠 아저씨는 더욱 기분이 좋았어요.

    거위를 들고 한참 가는데, 이번에는 숫돌을 가는 소년과 마주쳤어요. '아, 우리 집에 칼 갈 숫돌이 없는데 잘 됐다! 거위는 알을 낳거나 잡아먹으려면 손이 많이 가지만, 숫돌은 그냥 두기만 하면 되잖아!'
    렌츠 아저씨는 거위와 숫돌을 바꿨어요. 이제 렌츠 아저씨 손에는 무거운 숫돌만 남았죠.

    무거운 숫돌을 들고 낑낑대며 가다 보니 우물가에 이르렀어요. 우물가에는 반질반질하고 예쁜 돌멩이가 하나 놓여 있었죠. '저 돌멩이가 훨씬 가볍고 좋아 보이는군! 숫돌은 무겁기만 하고 쓸 일도 별로 없을 거야.'
    렌츠 아저씨는 숫돌을 우물가에 내려놓고 그 예쁜 돌멩이를 집어 들었어요. 그런데 그만 손이 미끄러져서 돌멩이를 우물에 풍덩 빠뜨리고 말았답니다!
    "에이, 할 수 없지. 어차피 무거운 건 싫으니까!" 렌츠 아저씨는 빈손으로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왔어요.

    집에 돌아오니 리사가 물었어요. "아저씨, 암소는 잘 파셨어요? 돈은 얼마나 받으셨어요?"
    렌츠 아저씨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어요. "음, 돈은 못 받았어. 대신 아주 통통한 돼지를 얻었지."
    리사가 눈을 반짝였어요. "와, 잘됐네요! 돼지고기는 맛있잖아요. 우유 짜는 것보다 훨씬 편하고요!"
    렌츠 아저씨가 말했어요. "그런데 그 돼지는 살찐 거위랑 바꿨단다."
    리사는 손뼉을 쳤어요. "거위요? 더 잘됐어요! 거위 털로 폭신한 베개도 만들 수 있잖아요! 돼지보다 돌보는 것도 쉽고요."
    "음, 그 거위는 아주 좋은 숫돌이랑 바꿨는데..."
    "숫돌이요? 아주 좋아요! 우리 집 칼이 무뎌졌는데 잘 갈 수 있겠어요! 거위 돌보는 것보다 훨씬 간단하죠!"
    렌츠 아저씨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어요. "사실... 그 숫돌은 예쁜 돌멩이랑 바꿨다가 그만 우물에 빠뜨렸어. 그래서 아무것도 못 가져왔지."

    리사는 잠시 생각하더니 활짝 웃으며 말했어요. "세상에, 아저씨! 정말 정말 잘하셨어요! 이제 우린 아무것도 신경 쓸 필요가 없잖아요! 소도 없고, 돼지도 없고, 거위도 없고, 숫돌도 없고, 돌멩이도 없으니 얼마나 좋아요! 마음껏 쉴 수 있겠어요!"
    그래서 말라깽이 리사와 키다리 렌츠 아저씨는 그날부터 아무 걱정 없이 더욱더 게으르게, 아주 편안하게 살았답니다. 정말 이상하고도 재미있는 사람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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