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국의 농부

    그림 동화
    이 세상에서 아주아주 착하게 살았던 농부 아저씨가 있었어요. 농부 아저씨는 평생 열심히 일하고, 어려운 이웃도 잘 도왔답니다. 마침내 농부 아저씨가 하늘나라로 가게 되었어요.

    하늘나라 문 앞에는 하얀 수염이 멋진 베드로 성인이 농부 아저씨를 기다리고 있었죠. "어서 오게, 착한 농부여!" 베드로 성인이 활짝 웃으며 농부 아저씨를 맞이했어요.

    농부 아저씨는 하늘나라 안을 살짝 엿보았어요. 와아! 그곳에서는 예수님의 제자들이 맛있는 음식을 잔뜩 차려놓고 즐겁게 이야기하며 잔치를 벌이고 있었어요. 음식 냄새가 솔솔 풍겨왔죠. "우와, 정말 맛있겠다! 저도 같이 먹어도 되나요?" 농부 아저씨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어요.

    베드로 성인이 부드럽게 말했어요. "아직은 안 되네. 조금만 기다리게나. 자네가 들어갈 자리는 아직 준비 중이라네."
    농부 아저씨는 알겠다고 했지만, 너무너무 궁금했어요. 맛있는 냄새도 계속 나고, 즐거운 웃음소리도 들려왔거든요. 그래서 문틈으로 살금살금 다시 안을 들여다보았죠.

    그런데 가만 보니, 한쪽 구석에 앉은 제자 한 명은 다른 사람들처럼 신나게 이야기하지도 않고, 그저 조용히 앉아 무언가를 홀짝홀짝 마시고만 있는 거예요. 다른 제자들은 서로 음식을 나눠주기도 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며 깔깔 웃고 있는데 말이에요.
    '음? 저 사람은 왜 일도 안 하고 빈둥거리는 것 같지? 나도 평생 힘들게 일했는데, 저 사람은 편하게 앉아만 있네?' 농부 아저씨는 살짝 심술이 났어요.

    참다못한 농부 아저씨가 베드로 성인에게 다가가 물었어요. "베드로 성인님, 저기 저 사람은 왜 아무것도 안 하고 술만 마시고 있나요? 다른 분들은 다들 즐거워 보이는데, 저 사람은 너무 게으른 것 같아요! 저도 평생 열심히 일했는데, 저렇게 빈둥거리는 사람도 하늘나라에 올 수 있나요?" 농부 아저씨가 볼멘소리로 말했어요.

    베드로 성인이 빙긋 웃으며 말했어요. "허허, 농부여. 저 친구가 누군지 아는가? 저 친구가 바로 자네가 땅에서 농사지을 때, 때맞춰 비를 내려주던 바로 그 제자라네. 저 친구가 구름을 모으고 비를 뿌려주지 않았다면, 자네 곡식은 바싹 말라버려 잘 자라지 못했을 걸세. 자네가 오늘 이곳에 올 수 있었던 것도 어쩌면 저 친구 덕분일지도 모르지."

    농부 아저씨는 그 말을 듣고 얼굴이 사과처럼 빨개졌어요. "아이고, 제가 큰 실수를 할 뻔했군요! 겉모습만 보고 함부로 다른 사람을 판단하면 안 되는 거였는데... 정말 죄송합니다." 농부 아저씨는 부끄러워서 고개를 푹 숙였답니다.

    그제야 농부 아저씨는 하늘나라에서는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리고 다른 사람을 함부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도요. 농부 아저씨는 베드로 성인에게 다시 한번 꾸벅 인사를 하고, 자기 자리가 마련될 때까지 조용히 기다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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