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얀 뱀

    그림 동화
    아주 먼 옛날, 동물들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왕이 살고 있었어요. 이 왕에게는 비밀이 하나 있었는데, 매일 저녁 식사 때마다 아무도 모르게 아주 특별한 접시를 받는 것이었죠. 그 안에는 하얀 뱀 요리가 들어 있었는데, 그걸 먹으면 동물들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답니다.

    왕에게는 충직하지만 호기심 많은 하인이 한 명 있었어요. 하인은 매일 밤 왕이 비밀스럽게 먹는 음식이 너무 궁금했어요. "도대체 뭘 드시길래 저렇게 아무도 못 보게 하실까?"
    어느 날, 왕이 자리를 비운 사이, 하인은 살짝 주방에 들어가 왕의 비밀 접시 뚜껑을 열어보았어요. 하얀 뱀 한 조각이 놓여 있었죠. 하인은 참지 못하고 아주 작은 조각을 맛보았어요. "음, 생각보다 맛있네?"

    바로 그때! 창문턱에서 참새 두 마리가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어요. "짹짹! 오늘 아침에 주운 빵 부스러기 정말 맛있었어!" "그러게 말이야, 짹짹!"
    하인은 깜짝 놀랐어요. "어? 내가 지금 새들이 하는 말을 알아들은 건가?" 하인은 자기가 하얀 뱀 조각 덕분에 동물들의 말을 알아듣게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죠.

    며칠 뒤, 왕비가 가장 아끼는 반지가 없어졌어요. 온 궁궐이 발칵 뒤집혔죠. 왕은 하인을 의심했어요. 왜냐하면 하인 말고는 왕비의 방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었거든요. 왕은 하인에게 하루의 시간을 주며 반지를 찾아오지 못하면 벌을 내리겠다고 했어요.

    하인은 너무 억울해서 정원을 거닐고 있었어요. 그때 연못가에서 오리들이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가 들렸어요. "꽥꽥! 아까 내가 뭘 삼켰는지 알아? 반짝이는 거였는데, 소화가 안 되네!" 다른 오리가 대답했어요. "정말? 그거 혹시 왕비님의 반지 아니야? 꽥꽥!"
    하인은 얼른 요리사에게 달려가 그 오리를 잡아달라고 했어요. 요리사가 오리 배를 갈라보니, 정말 왕비의 반지가 나왔답니다! 하인은 누명을 벗었고, 왕은 크게 기뻐하며 하인에게 원하는 상을 주겠다고 했어요. 하인은 금은보화 대신 세상을 여행하고 싶다고 말했어요.

    여행길에 오른 하인은 여러 동물들을 도와주게 되었어요.
    어느 날은 개울가에서 물 밖으로 나와 파닥거리는 물고기 세 마리를 보았어요. "아이쿠, 살려주세요! 물이 없어서 숨을 못 쉬겠어요!" 하인은 얼른 물고기들을 다시 물속에 넣어주었어요. 물고기들은 고마워하며 말했어요. "정말 고마워요! 언젠가 꼭 은혜를 갚을게요. 도움이 필요하면 우리를 불러요!"

    또 다른 날에는 개미들이 줄지어 가는 길을 말이 가로막고 있는 것을 보았어요. 개미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외쳤어요. "으악! 저 큰 발굽에 밟히겠어요! 길을 비켜주세요!" 하인은 조심스럽게 말을 옆으로 옮겨 개미들이 안전하게 지나가도록 도와주었어요. 개미 대장이 말했어요. "고맙습니다, 친절한 분! 당신의 은혜를 잊지 않고 꼭 보답하겠습니다!"

    숲을 지날 때는, 둥지에서 떨어진 아기 까마귀 두 마리가 울고 있었어요. "까악까악! 배고파요! 엄마 아빠는 어디 계세요?" 하인은 불쌍한 아기 까마귀들에게 먹을 것을 구해다 주었어요. 아기 까마귀들은 배불리 먹고 나서 말했어요. "정말 감사해요! 이 은혜는 평생 잊지 않을게요. 하늘을 나는 저희가 필요하면 언제든 부르세요!"

    얼마 후, 하인은 어느 멋진 왕국에 도착했어요. 그곳의 공주님은 아주 아름다웠지만, 결혼할 사람을 찾기 위해 어려운 시험을 내고 있었죠. 하인은 공주님을 보고 첫눈에 반해 시험에 도전하기로 했어요.
    공주가 말했어요. "나와 결혼하려면 세 가지 어려운 일을 해내야 해요. 첫 번째는 내가 깊은 바다에 빠뜨린 금반지를 찾아오는 것이에요."
    하인은 바닷가로 갔지만 망망대해를 보며 한숨만 쉬었어요. 그때 물고기들이 나타났어요! "우리가 도와줄게요!" 물고기들은 바닷속으로 쏜살같이 들어가더니, 얼마 후 가장 큰 물고기가 금반지를 물고 나왔어요.

    공주는 놀랐지만 두 번째 시험을 냈어요. "이번에는 곡식 창고에 있는 좁쌀 열 자루를 밤새 풀밭에 흩뿌려 놓을 테니, 아침 해가 뜨기 전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다시 모아 와야 해요."
    하인은 막막했지만, 그때 개미들이 나타났어요! "우리가 도와줄게요!" 수만 마리의 개미들이 밤새도록 부지런히 움직여 좁쌀을 하나하나 모아 자루에 담았어요. 아침이 되자 좁쌀은 완벽하게 모아져 있었죠.

    공주는 더욱 놀라며 마지막 시험을 냈어요. "마지막으로, 세상 끝에 있다는 생명의 나무에서 황금 사과를 가져와야 해요."
    하인은 생명의 나무가 어디 있는지도 몰라 걱정했어요. 그때 하늘에서 까마귀들이 날아왔어요! "우리가 도와줄게요!" 까마귀들은 며칠을 날아 생명의 나무에서 황금 사과를 물고 돌아왔어요.

    하인은 세 가지 시험을 모두 통과했고, 공주님과 결혼하여 그 나라의 왕자가 되었답니다. 하인은 동물 친구들의 도움을 절대 잊지 않고, 그들과 함께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았대요. 그리고 가끔씩 동물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귀 기울이며 빙긋 웃곤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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