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람쥐 라타토스크

    북유럽 신화
    하늘 꼭대기까지 닿을 만큼 어마어마하게 큰 나무가 있었어요. 이 나무의 이름은 이그드라실, 바로 세상의 모든 것을 품고 있는 세계수였죠.

    그 나무 맨 꼭대기에는 커다란 독수리 한 마리가 살았고, 아주 깊은 땅속 뿌리에는 심술궂은 용 니드호그가 살면서 나무뿌리를 갉아먹고 있었답니다.

    이 커다란 나무에는 아주 작고 재빠른 다람쥐, 라타토스크가 살았어요. 라타토스크는 수다쟁이에다가 장난치는 걸 아주 좋아했죠. 라타토스크에게는 아주 특별한 일이 있었어요. 바로 나무 꼭대기의 독수리와 뿌리 밑의 용 사이를 쪼르르 오르내리며 소식을 전하는 거였죠.

    그런데 라타토스크가 전하는 말들은 그다지 좋은 소식들이 아니었어요. 라타토스크는 독수리에게 쪼르르 달려가 이렇게 말했어요. "저 밑에 용 아저씨가 독수리님 노래는 정말 듣기 싫대요!" 그러고는 쏜살같이 용에게 내려가서 말했죠. "저 위에 독수리 아줌마가 용 아저씨 입냄새가 지독하대요!"

    사실 독수리나 용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을 때도 많았어요. 하지만 라타토스크는 둘 사이를 오가며 서로를 흉보는 말을 조금씩 보태서 전하는 걸 즐겼답니다.

    독수리는 그 말을 듣고 화가 나서 깃털을 부르르 떨었고, 용은 코에서 씩씩 연기를 내뿜었어요. "뭐라고? 그 건방진 독수리가!" "흥! 저 못된 용 같으니라고!"

    라타토스크는요? 그 모습을 보면서 배를 잡고 깔깔 웃었답니다. 독수리와 용이 서로 화내는 모습을 보는 게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었거든요. 이렇게 라타토스크는 오늘도 세계수 이그드라실을 바쁘게 오르내리며 심술궂은 소식들을 전하고 다닌답니다. 얄밉지만 어쩐지 귀여운 다람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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