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리관

    그림 동화
    바늘과 실만 있으면 뭐든지 뚝딱 만들어내는 재주 좋은 재단사가 있었어요. 어느 날, 재단사는 깊고 깊은 숲 속에서 그만 길을 잃고 말았답니다. 해는 뉘엿뉘엿 지고, 배는 꼬르륵 소리를 냈어요. "어휴, 어쩌지?" 하고 두리번거리는데, 저 멀리 작은 불빛이 반짝이는 걸 봤어요.

    "아, 살았다!" 재단사는 불빛을 따라갔죠. 그곳에는 작은 오두막이 있었고, 백발의 할아버지가 따뜻한 불을 쬐고 있었어요. 재단사가 하룻밤만 묵게 해달라고 부탁하자, 할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때, 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어요. 커다란 숫사슴과 예쁜 암사슴이 뿔을 맞대고 싸우고 있었죠. 쿵! 쾅! 결국 숫사슴이 이겼고, 암사슴은 슬프게 쓰러졌어요. 할아버지는 그 모습을 보며 깊은 한숨을 쉬었답니다.

    다음 날 아침, 할아버지는 재단사에게 작은 열쇠 하나를 주며 말했어요. "이 숲 어딘가에 커다란 바위가 있네. 그 바위 앞에서 '아브라카다브라, 문 열려라!' 하고 외치게. 그러면 신기한 일이 벌어질 걸세."

    재단사는 반신반의하며 바위를 찾아 나섰어요. 마침내 커다란 바위를 발견하고 할아버지가 시킨 대로 외쳤죠. "아브라카다브라, 문 열려라!" 그러자 정말로 바위 한쪽이 스르륵 열리며 동굴 입구가 나타났어요! 동굴 안은 반짝이는 보석들로 가득했고, 한가운데에는 유리로 만든 관이 놓여 있었어요. 그 안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아가씨가 잠들어 있었죠.

    유리관 옆에는 작은 유리 상자도 있었는데, 그 안에는 아주 작은 성과 마을이 들어 있었어요. 마치 장난감 같았죠. 그리고 작은 쪽지 하나가 놓여 있었어요. "저는 이 나라의 공주예요. 나쁜 마법사 때문에 이런 모습이 되었답니다. 저를 구해줄 용감한 사람이 나타나길 기다리고 있어요."

    재단사는 용기를 내어 유리관 뚜껑을 열었어요. 그러자 공주가 스르르 눈을 떴답니다! "고맙습니다, 저를 구해 주셨군요!" 공주는 활짝 웃었어요. 둘은 함께 작은 유리 상자를 열었어요. 그러자 신기하게도 작은 성과 마을이 원래 크기로 슈우웅 커졌어요!

    바로 그때, 무시무시한 검은 황소 한 마리가 나타났어요. 그건 바로 공주를 괴롭혔던 나쁜 마법사였죠! 하지만 걱정 마세요. 공주의 오빠가 용감한 숫사슴으로 변해 있었는데, 쏜살같이 달려와 검은 황소를 물리쳤답니다. 사실 그 숫사슴은 마법에 걸린 공주의 오빠였고, 오두막의 할아버지는 그들을 돌보던 충직한 신하였던 거예요.

    모든 마법이 풀리고, 재단사는 아름다운 공주와 결혼해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물론, 바늘과 실로 멋진 옷도 많이 만들어 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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