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지 노파

    그림 동화
    햇살이 반짝이는 아침이었어요. 멋진 왕자님이 사냥을 떠났죠. 활과 화살을 들고 숲 속으로 씩씩하게 걸어갔어요.
    얼마쯤 갔을까, 길가에 허리가 구부정한 할머니 한 분이 앉아 있었어요. 할머니는 왕자님을 보더니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어요.
    "왕자님, 배가 너무 고파요. 뭐라도 조금만 나눠주실 수 없을까요?"
    하지만 왕자님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어요. "에이, 귀찮아요. 지금 바쁘니 저리 가세요."
    할머니는 슬픈 눈으로 왕자님을 보더니 나지막이 말했어요. "흥, 두고 보세요. 당신이 오늘 처음으로 쏘아 맞히는 것이 당신을 멀리 데려갈 거예요!"
    왕자님은 할머니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다시 숲 속으로 들어갔어요. 그때, 하얀 눈처럼 아름다운 새 한 마리가 푸드덕 날아올랐죠.
    "와, 정말 예쁜 새다!" 왕자님은 얼른 활을 들어 새를 향해 쏘았어요. 슝! 화살은 정확히 새에 맞았어요.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요? 새가 땅에 떨어지는 대신, 갑자기 커다랗게 변하더니 왕자님을 등에 태우고 하늘로 훨훨 날아오르는 거예요! 왕자님은 깜짝 놀랐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어요.

    새는 아주 아주 높은 산꼭대기에 있는 낡은 성 앞에 왕자님을 내려놓았어요. 성 안으로 들어가 보니, 아까 길에서 만났던 그 할머니가 앉아 있었어요!
    할머니는 왕자님에게 커다란 자루를 내밀며 말했어요. "이 자루 안에 든 깃털들을 오늘 밤까지 색깔별로 모두 골라놓아라. 못하면 큰일 날 줄 알아!"
    왕자님은 한숨을 쉬며 깃털을 고르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깃털은 너무너무 많았고, 결국 꾸벅꾸벅 졸다가 지푸라기 더미 위에서 잠이 들고 말았죠.

    다음 날 아침, 할머니는 또 다른 일을 시켰어요. "저기 있는 커다란 연못 보이지? 이 작은 골무로 오늘 밤까지 연못의 물을 전부 퍼내거라!"
    왕자님은 어이가 없었지만 골무로 물을 퍼내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연못은 너무 컸고 골무는 너무 작았죠. 왕자님은 또다시 지쳐 잠이 들었어요.

    셋째 날, 할머니는 더욱 어려운 일을 시켰어요. "오늘 밤까지 이 산꼭대기에 멋진 궁궐을 하나 지어라!"
    왕자님은 망연자실했어요.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돌을 나르고 나무를 옮기려 애썼죠. 물론, 이번에도 왕자님은 지쳐서 잠이 들고 말았어요.

    다음 날 아침, 할머니는 왕자님에게 도끼를 주며 말했어요. "자, 이제 이 숲의 나무들을 베어 장작을 만들어라."
    왕자님은 너무 피곤해서 도끼를 들자마자 또 스르르 잠이 들었어요.
    얼마나 잤을까요? 왕자님이 눈을 떠보니, 세상에! 낡은 성도, 무서운 할머니도 온데간데없이 사라졌어요. 대신 눈앞에는 반짝이는 아름다운 궁궐이 서 있었고, 예쁜 공주님이 왕자님을 보며 부드럽게 미소 짓고 있었어요.
    공주님이 다가와 말했어요. "왕자님, 고마워요. 사실 제가 바로 그 하얀 새이자 할머니였어요. 나쁜 마법에 걸려 있었는데, 왕자님이 제 어려운 부탁들을 끝까지 해내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마법이 풀렸답니다."
    왕자님은 모든 것을 깨닫고 공주님에게 사과했어요. 공주님은 활짝 웃으며 왕자님을 용서해주었죠.
    그 후, 왕자님과 공주님은 함께 왕자님의 나라로 돌아가 결혼해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그리고 왕자님은 다시는 누구에게도 함부로 대하지 않았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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